응급의료 살얼음판…추석연휴 뺑뺑이 불안감

김진룡 기자 2024. 9. 4.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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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맞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200일이 된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의 규모 자체를 줄여서 운영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환자를 보지는 못하지만, 대응은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과거에도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문의가 부족해 배후 진료가 어렵긴 했었는데, 아무래도 전공의가 이탈한 뒤 사정은 더 좋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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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 200일 긴급진단 <상> 동아대병원 응급실 르포

7일이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맞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지 200일이 된다. 이른바 의정갈등의 장기화로 환자·가족은 물론 시민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지만 의사단체와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극한의 상황에 몰린 응급체계 등 필수의료가 붕괴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국제신문은 부산지역 응급실을 시작으로, 의료 현장을 긴급 점검한다.

- 응급병상 39개→11개 축소
- 배후 진료도 원활하지 못해
- 다른 대학병원도 사정 비슷
- 전문의 사직도 줄이어 비상

4일 오전 11시 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의외로 한산했다. 밀려드는 응급 환자를 찾기 쉽지 않았고, 30분 정도마다 구급차에 환자가 실려 왔다. 그마저도 신속한 치료가 필요한 응급 환자는 아니어서, 응급 병상도 여유가 있는 상태였다. 실제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응급실 가동 병상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 현안 대응 현황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부산지역 응급실 일반병상은 총 341개 중 234개가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병상 가동률은 32.4%로 집계됐다. 응급실소아병상도 19개 중 모두 쓸 수 있는 상태로 나타났다.

4일 동아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응급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은 응급실이 축소 운영된 데서 비롯됐다. 동아대병원은 지난 2월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이탈하자, 39개 응급 병상을 현재 11개로 축소했다. 응급 환자가 몰려드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응급 의료의 역량 밖이라 판단되면 응급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안내한다. 응급 처치 후 연계된 진료를 뜻하는 ‘배후 진료’도 전공의 이탈 이전만큼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응급실 전문의도 7명에서 지난달 1명이 사직해 6명으로 운영되는데 이마저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미지수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의 규모 자체를 줄여서 운영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환자를 보지는 못하지만, 대응은 가능한 수준”이라면서 “과거에도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전문의가 부족해 배후 진료가 어렵긴 했었는데, 아무래도 전공의가 이탈한 뒤 사정은 더 좋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응급 병상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전공의가 빠진 자리를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만으로 대응하다 보니 인력 자체가 부족하다. 전문의 1명이 사직하거나 병가 등을 내고 빠지면 당장 당직 근무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판국이다. 이런 가운데 실제 응급의학과 전문의 사직도 잇따른다. 지난 2월 부산대병원 응급실 전문의 1명이 사직해, 현재 8명으로 버틴다. 지난달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도 응급실 전문의 1명이 개인적인 사유로 사직했다. 이에 6명의 전문의만 근무 중이다. 최근 양산부산대병원도 어린이병원 응급실에서 소아 호흡기를 전담하는 전문의가 피로 누적 등의 이유로 당분간 응급 업무를 보지 못한다고 밝혔다. A 대학병원의 응급 전문의는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응급실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응급실은 언제나 긴급하고 중요한 상황이 발생하는 곳이라 남은 의료진의 부담이 더욱 크다”면서 “이미 사태의 장기화로 의료진의 피로도와 번아웃이 심각하다. 의료진의 건강은 환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하루빨리 정상적인 진료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은 응급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배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의 구급대원은 “과거에도 응급실을 찾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는데, 올해는 더 심한 것 같다. 특히 부산 내 응급실을 찾지 못해 타 시·도로 이송하는 사례가 체감상 2~3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응급의료가 어려움에 놓인 것은 맞으나 붕괴 수준은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의정갈등 200일, 전공의가 떠난 의료 현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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