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성과 좋은 기업 투자 종목 편입토록 의견”
기업마다 ESG 기준 제각각
탄소 감축, 개별기업 노력 한계
운용사가 저탄소 철강 요구 등
철강·차 제조사 묶어 대응 준비
기후변화는 한 나라의 성장세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제 이슈다. 기업들의 생산여력을 떨어뜨려 금융기관의 부실, 경제 시스템 전반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 입장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렇다면 기업의 ‘돈줄’을 쥔 투자기관이 나서 기업들에 탄소배출을 줄이라고 압박하면 어떨까. NH아문디자산운용은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관련 주주 활동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ESG리서치팀 최용환 팀장을 만나 인터뷰했다.
- 이미 상장사 300여곳이 ESG 관련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고 있는데 따로 모니터링하는 이유는.
“기업들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주는 식이다. 내부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된 평가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모니터링하는 35개 기업은 연간 배출량 1000만t 이상, 3년간 배출량이 계속 증가하는 기업, 탄소집약도 섹터 내 하위 10% 기업이다. 기후위기 노출도와 대응수준에 따라 5단계로 평가한다. 그 결과를 스튜어드십 활동, 투자 결정에 반영한다.”
- 자산운용사로서 투자 종목 편입에도 반영하나.
“그렇다. 우리 리서치팀은 매일 모델포트폴리오(MP·자체 분석을 통해 투자유망 종목군을 가리는 작업) 회의에 들어가 기후변화 관련 인터뷰 분석 내용을 공유하고, 펀드 조성에 반영되도록 돕는다. 기후변화 관련 성과가 좋은 기업은 ESG 모델포트폴리오에 반영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은 빠지도록 의견을 준다.”
- 최근 기업들의 탄소배출 대응 현황은 어떤가.
“상장사 공급사슬의 1차 협력사까지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준비가 잘되어 있다. 하지만 2차 협력사들은 여전히 준비가 부족했다. 유명 스포츠브랜드의 운동화 밑창을 만드는 2차 협력사를 인터뷰한 적 있는데, 배출 정량지표 관리도 안 되어 있었다.”
- 공급사슬 속 개별 기업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로 들린다.
“포스코·현대제철의 탄소 배출량이 높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인데, 이들만 압박해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생산되는 철강의 대부분이 현대차·기아에서 쓰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동차 제조사에 대한 저탄소 철강 요구가 없다. 운용사인 우리는 포스코·현대제철·현대차·기아 등을 묶어 대응하려고 준비 중이다.”
- 글로벌 기준에 상응하는 ESG 공시 의무화가 늦어지고 있다.
“기후 공시가 의무화되면 ESG 평가가 더 정교해진다. 기후위기 대응을 잘하는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높게 책정받아 자본조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 공시가 의무화돼도 자산운용사의 기후변화 관련한 주주활동은 의미가 있나.
“공시가 아무리 의무화돼도 회사들이 준수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ESG에 소홀할 수 있다. 투자기관이 압박을 가하는 건 공시와 별개로 또 다른 자극이 될 수 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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