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승인 없이 지방교부세 삭감한 기재부…야당 “위헌 소지”
2023회계 결산 심사서 논란…최상목 “올해든 내년이든 조정”해명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역대급 ‘세수 펑크’에 대응하는 과정에 18조원 넘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국회 승인을 받지 않고 삭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야당은 기재부가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침해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23 회계연도 결산 심사에서는 기재부의 지방교부세 임의 삭감 문제가 논란이 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나자 지방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6000억원을 불용 처리하고 보내지 않았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각각 내국세의 19.24%, 20.27% 비율로 지방정부와 시도교육청에 의무 할당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수결손 때문에 지방교부세를 올해든 내년이든 어떻게든 조정해야 할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된 이유는 기재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지 않고 지방교부세를 임의로 삭감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통상적으로 세수 오차가 크면 추경 편성을 통해 세입을 바로잡고(경정) 지출계획을 조정해왔다. 기재부는 국가재정법 43조를 근거로 이번 조치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어차피 내국세와 연동되기 때문에 드려야 할 지방교부세를 안 드린 게 아니고, 법에 따라 못 드릴 것의 배정을 유보하느냐, 정상화하느냐의 이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재부 장관이 법정 의무사항인 지방교부세까지 임의로 집행을 보류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 회계연도 결산 보고서에서 “예산 집행 보류 대상은 정부 재정사업이며, 지방교부세와 같이 법정 의무지출도 해당 대상인지에 대해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기재부의 임의적인 지방교부세 삭감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맞섰다. 헌법은 예산 심의·확정권을 국회에 부여하고 있다. 지방교부세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더라도 국회 심의를 거쳤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번 조치가 지방교부세법·지방자치법·국가재정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교부세법 5조는 “추경안에 의해 교부세의 재원인 국세가 늘거나 줄면 교부세도 함께 조절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추경안 편성을 지방교부세 증감의 전제조건으로 여긴 것이다.
지방자치법 137조는 “국가는 지방재정의 자주성과 건전한 운영을 장려해야 하며, 국가의 부담을 지방자치단체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번 사태로 지방재정 상황은 악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방정부에 세수결손 부담을 떠넘기면서 일부 지자체들이 지방채를 발행해 대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방채 발행 규모는 4조2719억원으로 2023년 최종예산 대비 1조1000억원(48.1%) 늘었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천의 지방채 발행액은 2606억원으로 전년보다 1479%나 늘었다. 대전(2400억원·50%↑), 광주(2100억원, 775%↑), 제주(2000억, 100%↑)도 지방채 발행액이 늘었다. 충북은 지난해 12년 만에 처음으로 1383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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