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마다 갈리는 조건부 전세대출, 핵심은 ‘소유권’
KB국민·우리·NH농협, 임대인 잔금 목적 임차인 전세대출 불가
신한은 “분양 계약서상 소유주 인정”…중단 없이 대출 취급 방침
주요 은행들이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잇따라 중단하자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수분양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임대인이 전세 보증금을 받아 분양 잔금을 치르는 경우 임차인은 언제 어느 은행을 찾느냐에 따라 전세대출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조치를 발표한 KB국민·신한·우리·NH농협은행 등은 최근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단지) 등 입주를 앞둔 신규 주택 수분양자들의 문의 폭주에 관련 가이드라인 정비를 마쳤다.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은 당일 신규 주택 수분양자가 그 보증금으로 분양 대금을 완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침을 세웠다.
임대인이 임차인의 전세 보증금을 받아 주택 매매 자금을 치를 수 없도록 막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의 취지를 신규 분양 주택에도 예외 없이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신한은행은 신규 분양 주택의 경우 예외를 인정하는 기존 방침을 이어가기로 했다.
오는 11월 1만2000여가구의 입주가 예정된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이날 기준 2100건이 넘는 전세 매물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전세 끼고 매매’를 계획한 수분양자의 규모와 전세대출 중단 조치가 미칠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당초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아 3년의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지만, 지난 2월 주택법 개정으로 의무 적용이 3년 유예된 상태다.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논의 끝에 이 같은 신규 분양 주택의 ‘전세 끼고 매매’에도 대출을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전세대출이 실행되는 시점인 입주일에는 임대인이자 수분양자에게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애초 중단하기로 한 전세대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NH농협은행의 경우 대출 실행 전 임대인의 분양대금 완납만 확인되면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예외를 뒀지만, 수요자 대부분은 대출금을 받아 분양대금을 완납할 요량인 터라 예외 규정의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다음달 말까지만 조건부 전세대출 규제를 운영하기로 전날 결정했다. 따라서 입주일이 11월27일인 올림픽파크포레온은 해당 규제의 영향을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 입주 일정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을 발표한 신한은행은 애초부터 신규 주택 수분양자가 전세 보증금을 받아 분양 잔금을 치르는 경우는 전세대출을 중단 없이 취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분양자는 분양 계약서상 ‘소유주’로 돼 있기 때문에 잔금 완납 시에 소유권이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이에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입주를 앞둔 신규 주택의 전세대출 수요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과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조치를 내놓지 않은 하나은행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을 뿐,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등 추가 조치를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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