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기업·청년 없는 300만 부산, ‘소멸’을 걱정한다
“정치인들이 정책적으로 비수도권을 키우지 않으면 지방은 소멸한다. 지금처럼 모든 역량과 혜택이 수도권에만 집중 된다면 수도권은 지하철 타려고 역사 밖으로 줄 서는 기현상이 더 늘어날 뿐. 금융허브도시 말만 하지말고 정부가 실행하고 기업들도 유치해야 도시가 발전 할 것 아닌가!” “아파트 짓는다고 있던 향토기업도 내쫓는 판에 누가 부산에 살겠는가” “아무리 15분 생활권 하면 뭐하나. 청년들이 다 빠져나가는데… 청년 잡을 기업이나 유치해라” “가덕도신공항 10년 뒤에나 될까 말까. 그전에 부산은 나락으로” “부산은 그냥 소비도시. 일자리는 이미 부산에서 울산 창원으로 역출근. 부산 철강기업 아파트 때문에 충청으로 이전하는 거 보고 부산은 회복불가능이라 여김”.
본지가 창간 77주년 기획기사로 소개한 ‘위기의 부산… 남부권 수도 골든타임 잡아라’(지난 3일 자 1면 보도) 기사에 달린 수많은 댓글 중 일부다. 대부분 부산의 추락한 위상에 대한 한탄 및 울분, 기업 유치·청년 일자리 확보 등의 정책보다 아파트 건설을 우선한 부산시정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근 아파트 건립이 포함된 구덕운동장 재개발, 이기대 앞 고층아파트 추진 등 부산시의 헛발질 행정에 따끔한 질책이 많았다. 두 건 모두 주민과 지역사회 반발로 무산됐지만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섣부르게 밀어 붙이면서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은 지난 7월 부산시의회 김형철 시의원이 ‘YK스틸의 충남 당진 이전’과 관련, 시 담당 부서에 감사를 요구한 보도를 접했기에 더 큰 분노를 표출했다. 제대로 된 기업 유치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든 상황에서, 400여 일자리와 7000여억 원의 경제 가치를 창출하는 향토기업이 나중에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 민원에 내쫓기다시피 이전을 결정했다는 사실 때문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각종 통계에서 확인하는 부산의 실상은 참담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얼마전 부산이 전국 6개 광역시 중 처음으로 ‘소멸위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발표(‘2024년 3월 기준 소멸위험지역의 현황과 특징’)하면서 큰 충격을 안겼다. 20~39세 여성 인구수(11.3%)를 65세 이상 인구(23%)로 나눈 게 소멸위험지수인데 부산은 0.490이다. 0.2∼0.5면 소멸위험진입단계다. 이 보고서는 30년 후엔 부산 전체인구(7월 기준 327만여 명)의 4분의 1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년간 부산은 인구수, 경제활동인구, 지역내총생산(GRDP) 등 모두 쪼그라들었다. 2014년 351만 명이던 인구수는 2023년 329만 명에서 지난 7월 327만 명으로 줄었다. 연간 평균 2만2000명 이상 줄었는데, 합계 출산율(지난해 기준 0.66명)이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그 속도는 더 가팔라질지 모른다.
경제활동인구는 같은 기간 176만 명에서 174만 6000명으로 10년 간 1만4000명이 감소했다. 1인당 GRDP는 3161만 원(2021년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대구(2674만 원) 광주(3090만 원) 제주(3115만 원)에 이어 최하위권인 14위다. 이 같은 지표들은 수십 년 간 따라붙던 ‘대한민국 제2의 도시’ 타이틀을 수년 내 인천에 내 줄 것이라고 예고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종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 정부”라고 강조하지만 5년 임기 중 절반이 다 된 지금까지 보여준 정책은 지역균형발전 외면 정책에 가깝다. 반도체 인재 육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증원,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등에 이어 지난달에는 주택공급 확대 방안으로 수도권 그린벨트까지 해제했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이 말로만 지방자치, 지역균형발전을 외치는 동안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속절없이 2등 국민이 된 기분이다. 중앙·지방정부, 국회의원 등이 영혼 없이 지방소멸에 대응한 결과, 영토의 12%에 인구 절반이 넘게 사는 비정상의 나라에서는 인구 300만 명의 광역도시도 ‘소멸’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임은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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