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의 숨겨진 6번째 멤버, '반희수' 하루아침에 실종…누가 범인인가 [TEN초점]
[텐아시아=이민경 기자]
뉴진스의 숨겨진 6번째 멤버, '반희수'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반희수는 그동안 뉴진스의 곁에서 이들의 일상을 담아온 인물. 그는 곧 뉴진스이면서, 뉴진스를 바라보는 팬이기도 했다. 반희수는 실존 인물이 아니지만 뉴진스의 팬들이 뉴진스를 더욱 가깝게 느끼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반희수의 시선으로 뉴진스를 보면서 팬들은 스스로 반희수가 됐다. 그 기억은 뉴진스와 팬을 정서적으로 연결했다.
그랬던 반희수가 하루아침에 잠적했다. 반희수가 올린 모든 영상이 삭제됐다. 추억도 기화했다. 누군가가 반희수를 지웠다. 누가 범인인가. 또, 왜 그랬나.
첫 번째 '용의자'는 반희수 영상 제작을 도맡은 신우석 스튜디오 돌고래유괴단 대표다. 그는 반희수 유튜브 계정에 접근해 콘텐츠를 삭제할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의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가 시킨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어도어가 저작권 등을 이유로 영상 삭제를 요청했고 자신은 요청에 따른 것뿐이라는 얘기다.
신 대표 주장에 따면 진짜 용의자는 어도어다. 어도어는 뉴진스 저작권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즉, 어도어는 뉴진스 관련 영상을 지우고 말고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도어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자신들이 삭제 요청을 한 영상은 돌고래유괴단 채널에 게재됐던 'ETA' 디렉터스컷(감독판) 영상 단 한 건이란 것이다. 디렉터스컷은 광고주와 협의 없이 공개된 만큼 문제 소지가 있다고 어도어는 봤다. 반희수 채널과는 무관한 요청을 했는데 왜 영상을 지워놓고 책임을 뒤집어씌우냐는 것이 어도어 측의 항변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요청을 어떻게 했는지가 중요하다. 다시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는 "어도어에 귀속된 저작권과 초상권을 가진 영상은 공식 계정에만 공개할 수 있고, 제삼자 채널에는 존재할 수 없다며 삭제 요청을 해 온 것은 어도어"라고 설명했다. 삭제 영상을 특정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았지만, 삭제의 '이유'는 공개했다. 뉴진스 저작권 관련 영상을 다른 곳에 올릴 수 없다는 원칙을 어도어가 제시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해석의 여부다. 어도어는 '디렉터스컷'을 삭제하기 위한 이유로 '저작권' 문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신 대표는 그 문제를 기반으로 삭제 대상을 확대했다. 반희수 채널에 올라가 있는 영상도 어도어가 제시한 '기준'에 따르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신 대표는 본 셈이다. 어도어가 삭제 이후에나 반희수 채널의 존재를 알았던 것이냐고 말했던 것도, 반희수 채널이 '삭제 대상 조건'에 명확히 포함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범인인가.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로 보자면, 부정확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인한 사건이다. 어도어는 삭제 대상 조건을 밝히면서 조건 확대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했다. 문서적으로 요청을 하더라도 유선이나 다른 방식으로 삭제 대상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세심한 가이드가 부족했다. 신 대표도 마찬가지로, 충분히 2차 확인을 거칠 수 있었다.
'반희수'는 자신들이 만든 소중한 콘텐츠인 동시에 뉴진스 팬을 잇는 중요한 장치임을 마케팅 전문가인 신 대표로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터다. "이거 조건으로 보면 반희수 채널도 다 지우라는 건데, 맞나요?"라고 한 번만 물어봤더라면, 반희수는 실종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하이브가 저작권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음을 고려하면, 반희수 채널의 실소유주가 누구냐에 대한 암묵적 혹은 명시적 합의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반희수는 알고 보면 어도어의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을 수밖에 없단 얘기다.
뉴진스는 노스탤지어, 즉 '추억'을 자양분 삼아 자라난 그룹이다. 뉴진스는 'Ditto'로 과거 향수를 자극하여 대중의 큰 호응을 받았다. 어도어는 영상들을 다시 업로드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영상의 '오리지널리티'는 훼손됐다. 추억 파괴범은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 사이의 불통이다. 그 피해자는 오직 뉴진스의 팬들이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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