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갈아엎겠소'…이상기후에 사과농사 비용 급등
이런 유통구조 탓에 사과값이 금값이라고 '금 사과'라 불릴 때도 정작 농민들 손에 떨어지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상 기후로 농사하는 데 드는 돈은 더 많아졌는데 남는 건 없다 보니 밭을 갈아엎고 있습니다.
이어서 정해성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정선 해발 700m 고지대에 2000평 규모로 조성된 사과밭.
이곳에서 신병규 씨가 사과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9년 전입니다.
서늘한 기후를 찾아온 건데, 상황은 지난해부터 달라졌습니다.
[신병규/강원 정선군 사과 농장주 : 갑자기 추웠다가 갑자기 더웠다가. 하루에 이렇게 막 왔다 갔다 하니까. 사과가 안 익어요. 안 크고 맛도 없고.]
사과가 영글어야 하는 시기지만, 열매는 찾기 어렵고 잎사귀만 무성합니다.
급기야 이 일대 전염병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신병규/강원 정선군 사과 농장주 : 약값이 8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 들어가는데. 그걸 한 번씩 더 쳐줘야 하잖아요. 그러면 영농비가 자꾸 상승하는 거죠.]
추석용 사과 수확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황.
[원종호/정선군 농업기술센터 팀장 : 한 번 발생하면 며칠 사이 나무가 다 죽을 정도로 심각한 전염성 병이고요. 지금 폐원되는 면적이 점차 늘고 있는 건 맞습니다.]
한반도 연평균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사과 재배지는 대구·경북에서 강원도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며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이 일대는 모두 사과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모두 베어내고 다른 농작물을 심었습니다.
최근 사과밭을 매물로 내놓은 곳도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 관계자 :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작황이 안 좋아서. {그렇게 매물이 나왔는데} {사과 농사를 하시려는 분들이 있나요?} 아직은 없습니다.]
지난해 '금 사과' 현상으로 사과값은 폭등했지만 정작 농민들 손에 남는 건 별로 없는 것도 이유입니다.
[신병규/강원 정선군 사과 농장주 : {이거 20㎏에 얼마나 받았나요? 경매장에서 작년에.} 작년에 평단가 8만 5천원 정도. 1년에 약값 제외하고 인건비 제외하고 내 품삯 제외하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정부는 계약재배를 늘린다고는 하지만 기후변화와 수익성 감소로 애를 먹는 농민들에게 기술 지원 등도 시급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김의준/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 그거(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신품종이 나온다든지. 사과 생산 급감에 따른 가격 상승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도 있는…]
[영상디자인 김현주 / 인턴기자 손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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