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연일 대규모 시위 이스라엘 시민들, 버티는 네타냐후

박영서 2024. 9. 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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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시내에 집결한 반정부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즉각적인 휴전 등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전역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연일 열리고 있습니다. 시위대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지만 네타냐후의 대(對)하마스 강경 노선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인질 사망에 분노한 시민들은 물론 총파업을 선언한 최대 노동운동 단체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 회원들까지 약 70만명이 대규모 시위를 벌인지 하루만인 지난 2일(현지시간) 저녁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는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가 종식되어야만 가자 전쟁도 끝날 것"이라며, 하마스의 무기 밀수 통로인 가자지구-이집트 국경의 완충지대 '필라델피 통로'에서 병력을 철수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에 타결을 촉구하는 대중들을 향해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셈입니다.

전체 인구 1000만명 미만인 이스라엘에서 회원 수 80만명의 히스타드루트의 총파업은 엄청난 파괴력을 가집니다. 이 단체는 지난해 네타냐후 주도의 우파 연정이 추진한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멈춰 세우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번 반정부 시위 국면에서만큼은 히스타드루트도 네타냐후의 기를 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국민 여론의 분열을 꼽았습니다. 실제로 전국에 산재한 히스타드루트 회원 가운데 텔아비브 등 일부 도시 회원들은 파업에 동참했지만, 예루살렘 등 보수적인 도시의 회원들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총파업과 함께 열리고 있는 전쟁 발발 후 최대 규모의 시위에서도 국론 분열 양상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시위 참여자들은 대부분 지난해 사법부 무력화 반대 시위 때부터 거리로 나왔던 자유주의 성향의 시민들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네타냐후의 우파 연정 지지자들은 시위대가 하마스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의 꿈을 채워주고 있다면서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네타냐후 총선 운동을 지휘했던 전략 전문가 로니 리몬은 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런 총파업과 같은 행동은 우파 정당과 지지자들의 결속력을 강화한다"면서 "이 정부를 전복할 수 있는 것은 외부의 압력이 아니라 정부 내부의 분란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네타냐후 주도 연정 내부에서는 이런 분란이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초정통파 유대교도 학생의 군 복무 면제 혜택 연장부터 '분쟁의 성지' 알아크사 사원의 규칙 변경 등이 대표적인 분란의 불씨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 관련 정책 관련 내분은 네타냐후 정부를 수시로 흔들어왔지요. 네타냐후 총리는 극우 성향 장관들과 손잡고 이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과거 네타냐후와 함께 일했던 정치 전략가 나다브 스트로흘러는 "인질 석방 협상이 네타냐후의 연정 및 군사 전략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한, 그는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그는 "만약 내부 분란으로 연정이 붕괴 직전에 몰리면 그는 조기 총선에서 과시할 수 있는 성과를 원할 수 있다"면서 "인질 석방 협상이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무력 충돌에서 얻는 군사적 성공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스트로흘러는 "크네세트(의회)가 다시 열리고 미국에서 대선이 치러지는 10월 말, 11월 초쯤 되면 그의 상황은 더 복잡해질 것"이라며 "네타냐후는 그전에 큰 성과를 내려고 할 것이다. 그 성과가 인질 석방 협상이 될 수 있지만 현재 거론되는 조건을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며, 북쪽에서 벌어질 무엇인가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네타냐후의 수석보좌관을 지낸 아비브 부신스키도 "현시점에서 전쟁이 종료된다면 절대적 승리를 거두지 못한 전쟁 주도의 책임을 네타냐후가 모두 져야 한다"면서 스스로를 '미스터 안보'라고 불렀던 네타냐후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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