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비 촉진, 가공산업과 수출에 길이 있다 [왜냐면]

한겨레 2024. 9. 4.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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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이루는 처음과 끝이다." 소설가 공선옥의 음식 산문집 '행복한 만찬'의 한 구절이다.

우리와 식문화가 유사한 일본도 주식용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에 직면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 가공식품 개발과 수출 확대를 계속 시도해 왔다.

이는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통한 쌀 소비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쌀 가공식품의 새로운 수요 창출이 전체 쌀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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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18회 서울국제식품산업전의 냉동김밥업체 부스에서 바이어가 상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재민 | 농협중앙회 미래전략연구소장

“쌀은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이루는 처음과 끝이다.” 소설가 공선옥의 음식 산문집 ‘행복한 만찬’의 한 구절이다. 저자는 쌀은 단순히 입안으로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며, 우리의 몸을 이루고 정신을 이룬다고 말한다.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쌀이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색하게도 지난해 기준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3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쌀은 식량 안보의 보루이자, 농촌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우리는 1977년 쌀 자급을 달성한 이후에도 1980년, 1993년, 1995년의 흉작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냉해로 쌀 자급률이 66.2%까지 곤두박질쳤던 1980년, 비싼 가격으로도 쌀을 구하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최근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식량 위기에 직면한 많은 국가에서 식량 안보 문제가 이슈가 되었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받은 충격이 작았던 것은 우리는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 감소로 위기에 처한 쌀이 계속 식량 안보를 지키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우리와 식문화가 유사한 일본도 주식용 쌀 소비가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에 직면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쌀 가공식품 개발과 수출 확대를 계속 시도해 왔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일본의 쌀 가공품 수출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물량 기준 연평균 4.1%, 금액 기준 연평균 14.3% 성장했다. 특히 술과 즉석밥이 금액 기준 연평균 각각 15.1%, 18.9% 증가했다. 동일 물량의 주식용 쌀과 부가가치를 비교하면 술은 10배, 즉석밥도 5배나 높다.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통한 전후방 연관 효과를 고려하면 일본의 쌀 가공식품 수출을 통한 쌀 소비 확대 전략은 우리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가공용 쌀 소비량은 2022년 기준 1인당 평균 11㎏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쌀 가공산업 활성화를 통한 쌀 소비 확대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편의성을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개발을 통한 수요 확대 전략이 필요하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쌀 가공식품의 새로운 수요 창출이 전체 쌀 수요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2억1724만달러(약 2891억원)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한류 영향에 따른 케이(K)-푸드의 인기에 발맞춰 냉동김밥과 즉석밥 등이 쌀 가공식품의 해외 수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이런 성장세를 확장시켜 나가려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시장뿐만 아니라 빠르게 경제가 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신규 시장에 대한 맞춤형 수출 전략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영세한 국내 쌀 가공업체에 안정적인 원료곡 조달과 가공 기술 개발 등 체계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농협은 ‘범국민 쌀 소비 촉진 운동’의 일환으로 쌀 가공산업 활성화와 쌀 수출 확대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범국민 아침밥 먹기 운동’ 확산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국민 건강과 식량 안보를 모두 지키는 길에 국민적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 쌀로 만든 가공식품이 세계로 뻗어 나가 지구촌 사람들의 몸과 마음도 가득 채워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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