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고의 구조적 원인은 CCTV로 들여다볼 수 없다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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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현장에 '안전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열차가 추돌하거나 선로 위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고와 연루된 노동자 처벌이 강화된다.
2016년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한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추진된 안전 강화 대책에 따라 위험한 작업은 지하철 운행을 중지시킨 후에만 할 수 있다.
반면 철도는 선로 위에서 작업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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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희 |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철도 현장에 ‘안전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열차가 추돌하거나 선로 위에서 작업 중인 노동자가 사망하는 등의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사고와 연루된 노동자 처벌이 강화된다. 내부 징계에 더해 형사처벌과 기소, 재판까지 이어지는 수개월의 과정에서 해당 노동자의 트라우마 관리는 이뤄지지 않는다.
철도노조가 자체 수집한 사고 관련 기관사 처벌 현황을 살펴보면, 2021년 9명에서 2022년 15명, 2023년 17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2년에는 사고가 날 때마다 과도한 징계와 고소·고발을 남발해 기관사들이 줄지어 자살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사고 원인을 기관사의 기강 해이로 몰아붙이는 ‘잡도리 관행’은 사라지지 않고 최근 들어 오히려 강화하는 것 같다. 유독 언론에서조차 ‘시민의 위험을 초래한 기관사의 실수’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도 사고의 범죄화, 그 기원은 2003년 19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지하철참사에서 시작한다. 당시 언론과 사법당국은 ‘시민을 구출하지 않은 기관사’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고 원인을 축소했고, 안전사고를 범죄화했다. 그리고 철도안전법을 만들어 철도기관사의 자격, 세부적 운전수칙을 정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었다.
철도안전법을 들여다보면, 철도노동자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가 아니라, 과도한 규율로 통제해야 하는 잠재적 ‘위험 덩어리’로 표상된다. 어떻게 한 국가의 법이 이토록 잠재적인 범죄자로 노동자들을 규정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잠재적 위험 인자에 대한 대책은 일상적 감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통제한다. 대표적인 것이 운전실에 감시카메라(CCTV)를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중대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
지난 8월9일 새벽 2시께, 서울 구로역 선로 위에서 작업 중이던 철도노동자 두 명이 사망했다. 언론은 사고 당시 영상 촬영본 일부가 기록되지 않은 문제를 지적하며, 사고원인 규명에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 것처럼 보도했다. 그러나 모든 열차에는 이미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은 ‘운행정보기록장치’가 있다. 이것만으로 사고원인 조사가 어렵다면 지금까지 모든 비행기 사고와 지하철의 사고 조사는 불충분하게 이뤄졌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2016년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한 ‘구의역 김군 사고’ 이후 추진된 안전 강화 대책에 따라 위험한 작업은 지하철 운행을 중지시킨 후에만 할 수 있다. 이후 열차와 노동자, 시민이 충돌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철도는 선로 위에서 작업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노동자 사망사고가 반복된다. 구로역 사고 역시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범죄자가 지목되고, 감시카메라로 감시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알기 위해 반드시 들여다봐야 하는 철도의 안전운행시스템은 감시카메라로 비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감시카메라가 늘어날수록 철도의 안전운행시스템은 뒤로 숨고, 작업자의 미세한 실수들이 겉으로 드러난다. 그렇게 되면 빠져나갈 수 없는 ‘물증’으로 더 많은 안전범죄자를 색출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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