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선행학습 굴레에서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길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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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아이가 하루는 학교에 다녀와서 엄청난 정보를 접하였다는 듯 상기되어 "엄마! 5가 10개인 것과 10이 5개인 것이 똑같이 50이래요!" 아이는 아직 한 자릿수 덧셈을 배우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놀라운' 곱셈의 정보를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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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기고 ‘변호사들의 교육 이야기’ ④
김승혜 | 변호사
첫째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아이가 하루는 학교에 다녀와서 엄청난 정보를 접하였다는 듯 상기되어 “엄마! 5가 10개인 것과 10이 5개인 것이 똑같이 50이래요!” 아이는 아직 한 자릿수 덧셈을 배우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놀라운’ 곱셈의 정보를 알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수학학원 다니는 같은 반 친구 ㄱ이 알려줬다고 한다. 초1이 두 자릿수 덧셈도 아니고 곱셈이라니, 너무 놀라워서 알아보니 이미 유치원부터 초등수학을 가르치는 선행학습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ㄱ에게 인류애적인 마음이 들었다. ㄱ이 힘겨운 선행학습이 아닌 수학의 재미에 깊이 빠져있기를 바랐다.
같은 학년인 ㄴ의 엄마는 우연한 경로로 ‘초등학생 학습 컨설팅’을 받았다가, ㄴ을 얼마나 방만하게 양육하고 있는지 영혼이 털리도록 강한 질책을 받고 왔다고 한다. 그 질책대로라면 초1을 밤 9시가 넘도록 사교육 시장에서 돌리고, ‘체육’의 주된 목적을 재미가 아니라 ‘공부 체력을 위한 장기투자’에 두어야 했다. 그곳은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고액의 선행교육 정보를 제공하면서 부모에게 ‘죄책감 마케팅’과 ‘불안 마케팅’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 아이의 잠재력을 펼쳐주지 못하는 겁니다.” “이미 최상위권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선행 시작해요. 고학년 때 따라잡으려면 이미 늦는 겁니다.” 이러한 마케팅이 내세우는 성공 사례는 무엇일까? 결국 의대 진학인 걸까?
초1·2가 들어가는 일부 학원의 ‘초등 의대반’은 5학년 때 고2 수학을 가르친다고 하고, ‘초등 의대반’에 들어가기 위한 학원까지 있다고 한다. 그렇게 과도한 선행을 하면서 아이가 의대에 진학하면 행복할까? 의대 진학에 초중고 시절의 모든 삶을 거는 것이 아이가 바라는 행복한 삶일까? 아이가 의대에 진학하면 행복할까? 아무리 나 자신에게 질문을 해보아도 ‘그렇다’는 답변을 할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집단주의의 성향이 강한 민족은 끊임없이 서로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는 학업 성취에 대한 높은 결과를 보이는 사람을 높은 가치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학업성취와, 마치 그 구체적 결과로 보이는 의대 진학에 아이들도 부모들도 자신의 자아존중감을 결부해놓은 것 같다. 학업 성취(의대 진학)라는 사회평가에 자신의 자아존중감이 결부된 삶이 행복한 삶일까?
유엔 행복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수년째 거의 하위(52위)를 맴돌고 있다. 행복지수 1위 국가는 핀란드였으며, 핀란드를 포함하여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였다. 왜 이러한 스칸디나비아 지역 국가들은 행복할까? 그 물음에 대해서 ‘행복’을 연구하는 서은국 교수는 이들 국가가 ‘어떤 틀에 가둬서 이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라, 각자의 생각이나 철학을 존중하는 포용성이 높은 나라’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이 ‘일상에서 가장 비호감인 사람의 특징’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평가하는 사람’을 꼽는다고 한다. 사회 비교는 나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갉아먹는 행동인 것이다. 필자 역시 동감한다.
필자는 오늘 등교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간절히 기원하였다. ‘학업 성취도와 사람의 존엄성을 결부시키지 말기를, 스스로 무엇을 기뻐하는지 알아가고 깨우침의 환희를 차근히 알아가길,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그렇게 존중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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