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최태원, 美 상원의원단 회동…'민간 외교관' 재계 리더들(재종합)
AI, 에너지, 수소, 자율주행 등 미래 사업 논의
정의선 등 리더 한자리에…"비즈니스 협력 강화"
이재용·최태원, 방한 美 상원의원단과 따로 회동
[이데일리 김정남 공지유 윤정훈 기자] 한·미·일본 3국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경제 발전, 국가 안보 등의 관계 강화를 위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인공지능(AI), 에너지,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에서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방한한 미국 상원의원들을 따로 만났다. 재계 리더들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관측이 나왔다.
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TED) 행사에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풍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유정준 SK온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TED는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출범한 이후 올해 두 번째로 열렸다. 현대차가 2년 연속 후원했다.
조태열 장관은 축사를 통해 “한미일 기업들이 정책 불확실성에 직면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현재의 노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3국 정부와 의회가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나아가 3국이 쌍방향 투자를 양적·질적으로 확대해 프렌드쇼어링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때 회복력 높은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인사들은 3국이 AI, 에너지, 수소, 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이 아주 좋은 협력을 하고 있다”며 “현대차 입장에서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얘기한 아젠다를 강화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오는 2030년까지 제네시스를 포함해 555만대의 연간 판매량을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북미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현대차와 일본 토요타의 북미지역 리더들이 만나 수소와 자율주행에 대한 협력 방향도 논의했다. 테츠오 오가와 토요타 북미법인 대표이사 사장은 “현대차와 수소·자율주행 분야 등에 대해 얘기했다”며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갈지와 향후 협력 지역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조만간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특수선 야드를 가동하고 있다”며 “수익성을 봐서 조만간 (MRO 수주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이 최근 미국 해군으로부터 군수지원함 정비 사업을 수주했는데, HD현대 역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경제대화 참석차 한국을 찾은 빌 해거티 의원(테네시주), 존 튠 의원(다코타주), 댄 설리번 의원(알래스카주), 에릭 슈미트 의원(미주리주), 케이티 브릿 의원(앨라배마주), 크리스 쿤스 의원(델라웨어주), 개리 피터스 의원(미시간주) 등 7명의 상원의원들과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회동했다. 이 회장은 이들과 양국 기업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 회장은 그동안 미국 정·관계 주요 인사들과 수시로 만나 미국 산업정책과 투자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해 왔다. 지난 2021년 미국 출장 당시 백악관과 의회 핵심 인사들을 만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푼 게 대표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본업 외에 국익까지 기여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전날 상원의원단을 만났다. 그는 “SK그룹은 한미 양국에서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양국의 AI 리더십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또 “SK의 에너지 사업 또한 글로벌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며 “배터리를 포함한 에너지 사업은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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