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금개혁 서두르되, 세대차등·자동조정은 신중해야

한겨레 2024. 9. 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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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 수준을 유지하는 연금개혁안을 4일 내놨다.

그동안 미온적 태도로 국회에 공을 떠넘겨온 정부가 단일안을 내놓은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정부안에 포함된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적용이나 자동조정장치는, 노동시장이 분절돼 있고 공적 연금의 역사가 짧은 현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동안 연금개혁을 미뤄온 명분이었던 정부의 구조개혁안이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연금액을 깎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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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2% 수준을 유지하는 연금개혁안을 4일 내놨다. 그동안 미온적 태도로 국회에 공을 떠넘겨온 정부가 단일안을 내놓은 것은 잘한 일이다. 다만 정부안에 포함된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적용이나 자동조정장치는, 노동시장이 분절돼 있고 공적 연금의 역사가 짧은 현실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우선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을 이뤘다가 불발된 모수개혁은 정부안 제출로 다시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여야 간 이견이 컸던 소득대체율은 애초 2007년 연금개혁에 따라 2028년까지 40%로 내려가는 수순이었다. 정부는 노후소득 보장이 중요하다는 공론조사 결과를 고려해 올해 소득대체율(42%) 수준에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한다. 앞서 여야가 43~44%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려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정부안은 향후 국회 논의에서 하한선이 되어야 한다.

50대는 2028년부터 보험료율 13%를 적용받도록 급격히 올리고 20대는 2040년까지 천천히 인상하자는 ‘세대별 차등화 방안’은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보험료율이 인상되면 납입 기간이 많이 남은 청년세대 부담이 큰 만큼 이를 덜어준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담 능력에 따라 부과한다는 사회보험 원리에 맞지 않는 탓이다. 일자리의 질에 따른 세대 내 불평등 문제를 간과하고 단순히 연령으로 차등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50대 가입자 3명 중 1명은 연금을 탈 수 있는 최소 가입기간(10년)도 못 채운 상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대 여명, 가입자 규모와 연동해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를 2036년 이후 도입하도록 검토하겠다고 한다. 자동조정장치가 발동되면, 물가상승분이 덜 반영되는 방식으로 연금액이 깎이게 된다. 내는 사람은 부족해지고 받는 사람은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 상당수 주요국이 시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노후 빈곤이 심각하고 연금 제도가 성숙하지 않은 국내에선 섣불리 도입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정부안이 나온 만큼 국회는 조속히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모든 의제를 패키지로 처리하려 하면 또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이미 야당은 자동조정장치 등에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연금개혁을 미뤄온 명분이었던 정부의 구조개혁안이 세대 갈등을 조장하고 연금액을 깎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온다. 여야가 의견 접근을 이룰 여지가 큰 쟁점부터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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