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 공포에… 세계 증시 폭락 [美 증시 급락]
코스피 3.15%↓… 2600선 붕괴
미국發 ‘R의 공포’ 확산 가능성
美 제조업지수 5개월 연속 위축
AI 버블·美 경기 침체 우려 속
6일 발표 ‘美 고용보고서’ 주시
한달여만에 코스피 2600선 붕괴
코스피 반도체주 도미노 하락
하이닉스 8.02% ↓ ‘15만닉스’
삼성전자는 ‘7만전자’ 턱걸이
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노동절 휴일을 보낸 뒤 9월 들어 처음 개장한 이날 뉴욕 증시에서 3대 지수는 모두 큰 폭의 하락세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26% 내린 1만7136.30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12% 하락한 5528.93,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51% 내린 4만936.93에 각각 마감했다.
특히 엔비디아가 9.53% 하락한 것을 비롯해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도 각각 6.16%, 6.53% 떨어지는 등 그동안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AI 관련 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주저앉았다.
엔비디아 외에 애플(-2.72%)과 마이크로소프트(-1.85%), 알파벳(-3.94%), 아마존(-1.26%), 메타(-1.83%), 테슬라(-1.64%)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공포가 확산될 가능성이 상당히 남아 있다는 점이다. 당장 미 경기침체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인 비농업 고용지표가 담긴 8월 고용보고서가 6일 발표된다. 지난달에는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경기침체 우려를 촉발한 바 있다.
우리나라 증시를 둘러싸고도 이 같은 비우호적인 대외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기존 3.2%에서 3.1%로 낮춰 전망했고, 중국 추정치도 5.0%에서 4.8%로 하향 조정했다.
증시의 수급 여건도 급격히 악화하는 모습이다.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인 22조9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은 하반기 들어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7월 1조715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매수세가 꺾이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2조8004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지난달 블랙먼데이 후 코스피에서 2조40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위험자산을 줄이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지난달 폭락의 기억과 최근 불투명한 경기 전망 등으로 시장이 작은 지표 변화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도 악재다. 경기지표가 조금만 부정적으로 나오면 자칫 큰 폭락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형국인 셈이다.
한국 증시도 요동 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종가가 전장 대비 83.83포인트(3.15%) 내린 2580.80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74.69포인트(2.80%) 내린 2589.94로 출발한 뒤 급락세를 지속하다가 장중 2578.07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코스닥은 전장보다 28.62포인트(3.76%) 내린 731.75로 마감했다. 이제원 선임기자 |
코스피에서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가 급락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8.02% 내린 15만48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에는 9.15% 내린 15만29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3.45% 내린 7만원으로 ‘7만전자’에 턱걸이했으나, 장중 한때 6만9800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SK하이닉스에 장비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 역시 7.00% 내린 10만1000원을 기록했다. 이들 업체의 주가는 지난달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한 달 만에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갔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종가는 각각 7만1400원, 15만6100원, 10만2600원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6일 미 실업률 지표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불안감과 경계심리가 시장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서필웅·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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