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칼럼] 두 썸씽(Do something)

노동일 2024. 9. 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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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전당대회 키워드
우리 정치가 새겨야 할 의미
의료 회복 위해 뭐라도 해야
노동일 주필
지난 8월 19~21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는 화려한 연설의 잔칫집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별(?)연설을 필두로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정치거물 '연설 천재'들이 좌중을 휘어잡는 모습은 명불허전이었다. 언론에서 AOC로 불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당찬 전당대회 데뷔 연설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8년 선거에서 28세의 나이로 미국 역사상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된 그녀는 민주당의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다운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전당대회의 백미는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연설이었다. 이번 전당대회 키워드 격인 "두 썸씽(Do something)"을 청중과 함께 반복해서 외치며 혼연일체를 만들어 내는 탁월한 능력은 부러울 지경이다. "뭐라도 하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라. 투표장에 나가라. 다른 사람들의 투표를 독려하라. '해리스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라는 메시지였다.

요즘 우리 국민이 정치인을 향해 외치고 싶은 말이 바로 그것이다. 제발 뭐라도 하라고. 정치에 대한 유권자의 책임은 한 표로 그친다. 반면 정치인은 국민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국정에 대하여 어떤 사태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며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은 더 꼴불견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는 무엇일까. 무엇을 첫손에 꼽든 의료문제를 빼놓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료대란, 의정갈등, 의료개혁, 의대 증원. 각각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지만 어떤 용어를 쓴다 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아무 대책 없이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의료가 파국으로 치닫고 말 것이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결론이기도 하다. 추석 명절에 응급실 비상 정도의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도 다 알고 있다. 명절을 무사히 넘긴다고 해결책이 나올 리 없다는 것도 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뭐라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그런 면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이른바 용산 눈치만 보며 어떤 목소리도 내지 않는 여당 모습을 탈피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중대한 민생문제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도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내용이나 형식 모두에서 한 대표가 더 좋은 대안을 제시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2026학년도 증원유예'는 사실상 증원 백지화나 마찬가지다. 한 해를 유예하면 그다음 해부터 다시 증원을 추진할 동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형식이나 절차도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전공의만이 아니라 의협, 의대 교수, 전임의 등을 두루 만난 후 대안을 제시했다면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실, 총리실 등과 물밑 의견교환 후 공론화했다면 성공적 대안을 마련했을 수도 있다. 보도된 대로 당정회의 후 한덕수 총리에게 지나가듯 말한 것이라면 제대로 된 의견 제시라고 보기도 어렵다. 회의에서 공식 의제로 올리고 치열한 논의를 유도했어야 마땅하다.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역할분담'을 설득했다면 어땠을까.

어쨌든 결과적으로 '대안 마련'이 수면으로 올라온 점은 다행이다. 정치인들이 '무언가를 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이미 결정된 2025학년도 증원을 백지화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2026학년도 이후는 지금부터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완강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지만 기자회견 후에는 "숫자도 논의 가능하다"는 대통령실의 해설이 있었다. 여야 대표 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의료사태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책을 활발하게 논의해야 한다.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책임도 크다. 사태를 야기한 책임이 아니라 해결할 책임이다. 특검, 탄핵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시급한 민생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와 의사들 모두 "6개월만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는 헛된 기싸움을 방치한다면 나라도 아니다. 단순한 문제 제기가 아니라 결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치인의 무한책임은 그런 것이다. 정치인들의 "두 썸씽"을 기대한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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