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에게 100억대 전세사기 벌인 ‘전남 전세왕’…구속송치

나머지 주택들 임대차 계약 만료도 도래…피해액 더 커질 듯
공범 8명은 사기 방조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

(시사저널=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경찰 로고 ⓒ연합뉴스

일명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수백 채를 매입해 전세 임차인들을 상대로 100억대 전세사기를 벌인 임대사업자가 구속송치 됐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이날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임대사업자 A씨를 구속 송치했다. A씨의 아파트 매입 과정에서 명의를 빌려주는 등 공범으로 입건됐던 8명도 사기 방조, 부동산실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A씨는 2020년부터 작년까지 자기 자본 없이 주택을 사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전남 광양시의 아파트 202채를 매입한 후 매매가보다 2000만~3000만원 높은 금액으로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는 입주를 꺼리는 임차인들에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자금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다독여 계약으로 끌어들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임대차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임차인들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현재까지 피해가 확인된 주택은 121채로, 피해액은 100억원에 이른다.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부동산 임대 경험이 부족한 청년이나 신혼부부인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HUG 측은 보증보험에 따라 A씨 대신 약 45억원의 보증금을 대위 변제했다. 그러나 피해자 중 가운데 절반 정도는 HUG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당분간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A씨가 소유한 나머지 주택들의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도 도래하고 있어 피해 액수는 향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