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땅굴이? 송유관 기름 훔치려 4개월 ‘삽질’
[앵커]
다음은 기상천외한 소식 하나 전해드립니다.
충남 천안에서 기름을 훔치겠다며 송유관 근처로 땅굴을 파고 들어간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넉 달간 삽과 곡괭이로 20m 넘는 굴을 팠는데, 이 중엔 석유공사 직원도 있었습니다.
이연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심 한복판 2층 창고 건물.
냉동 저장실로 들어가자 모래 주머니들이 쌓여 있고, 주머니들 사이에 뻥 뚫린 구멍이 보입니다.
이곳을 통해 지하 4m를 내려가자 땅굴이 나옵니다.
폭 75㎝에 높이 90㎝, 성인 2명이 기어서 오갈 수 있는 크기입니다.
벽과 천장을 지탱하는 기둥에다 바닥엔 레일까지 깔려 탄광 갱도를 연상케 합니다.
한국석유공사 출신 2명이 낀 일당 9명이, 근처를 지나는 송유관의 기름을 훔치기 위해 길이 20m가 넘는 땅굴을 판 겁니다.
이들의 범행 계획은 치밀했습니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4개월 동안 삽과 곡괭이로만 흙을 파냈고 땅굴 시작점인 창고엔 물류센터 간판을 내걸어 주변의 의심을 피했습니다.
기름을 훔칠 때 생길 수 있는 유증기에 대비해 환풍기와 저감장치까지 준비했지만, 제보받은 경찰에 적발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습니다.
[정선영/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 반장 : "송유관까지 다 팠고, 거기에 자금난 때문에 (더) 못 파고 다시 (9m를) 메웠던 것으로 그렇게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송유관 안전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들 가운데 6명을 구속하고 3명은 불구속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또 지반침하를 막기 위해 땅굴을 원상복구 했습니다.
KBS 뉴스 이연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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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경 기자 (yg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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