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리스 참모들 가르친다’는 김태효의 오만·천박한 인식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지난 3일 세종연구소 포럼에서 미국 대선 평가와 전망을 내놓았다. 현직 당국자가 타국 대선을 공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 차장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 시 그의 참모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하는가 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엔 “한국의 방산 수출 기회가 커진다”고 했다. 문제 있는 발언이다.
이 포럼 보도를 보면, 김 차장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조언하는 역할을 해온 참모진이라 백악관과 행정부에 들어가 얼마나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을지 염려된다”며 “제가 이 사람들을 상대할 때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분들이 업무를 익히고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베테랑을 밖에서 수혈해 중량감 있는 멤버들이 결합되면 우리도 동맹을 상대하기 편하겠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되면 미국의 안보 우산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분쟁 지역에 대한 안보 불안이 커지고 그러면 여러 각지에서 한국 방산 수출 기회가 커질 수도 있다. 결국 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정부가 미 대선에 대비하고 전문가·시민들과 분석을 공유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우선 김 차장 발언은 오만하다. 해리스 당선 시 백악관 안보보좌관, 국무장관에 각각 필 고든 부통령 안보보좌관(62),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61)이 거론된다. 고든은 클린턴·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일한 베테랑이고, 쿤스는 10년 이상 상원 외교위 활동을 했다. 지금 미 외교정책을 주도하는 제이크 설리번 안보보좌관, 토니 블링큰 국무장관도 한때 부통령 참모였고 당시엔 덜 유명했다. 해리스 참모의 역량이 김 차장에겐 부족해 보일지 모르나, 당사자들도 수긍할지 의문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면 그 기회를 활용해 무기를 더 팔아먹을 수 있다는 발언은 천박하다. 방산수출에 집착한 정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세상 불안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어서 좋다고 한 적은 없었다.
김 차장은 이명박 정권에 이어 두 정권째 실세 참모다. 거기서 비롯된 자신감이 지나친 것인가. 그는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 발언으로도 국민의 분노를 샀다. 무슨 말을 해도 대통령 신임이 변치 않을 거라 확신하는지 제동이 걸리지 않는 듯하다. 그로 인한 비용을 국민이 감당해야 하는 게 불행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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