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고성 오가자…견학 초등생들 “이상해” “무서워”

고경주 기자 2024. 9. 4. 18: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헉! 왜 소리를 질러." "무서워."

이날 여·야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정부의 친일 인사 임명, 방송 장악 논란 등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큰소리를 냈다.

박 원내대표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앞세운 정부의 방송 장악을 비판하자, 여당 의원들은 "사돈 남 말 하고 있네!" "방송 테러는 누가 하는데!" "적당히 해야지!"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연설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소리 높여 박수를 치며 응수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야당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헉! 왜 소리를 질러.” “무서워….”

4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자리잡은 초등학생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국회에 견학을 온 경기 오산초 6학년 학생 150여명이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드는 멋진 어른’이 아니라, 서로 고성과 거친 말을 주고받으며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자 학생들의 얼굴엔 실망과 당혹감이 또렷해졌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가 정부의 친일 인사 임명, 방송 장악 논란 등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큰소리를 냈다. 박 원내대표의 비판에 여당 의원들은 항의의 뜻으로 야유를 보냈고, 야당 의원들은 동의의 뜻으로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양쪽의 날선 대립은 연설 40여분 내내 계속됐다. 박 원내대표가 연설을 시작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을 잘 수호하고 있나”라고 묻자, 여당 의원들은 입을 모아 “네”라고 대답했다. 이에 뒤질세라 야당 의원들은 “아니요”라고 소리를 높였다. 박 원내대표가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과 함께 의료 대란을 언급하며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라고 하자, 여당 쪽에서는 “협치를 포기하네!”라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헌법을 부정하는 자들이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대목에서 여당 의원들은 “누가 그러냐!”고 반발했고, 야당 의원들은 “옳소! 일본인이냐!”라고 응수했다. 박 원내대표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앞세운 정부의 방송 장악을 비판하자, 여당 의원들은 “사돈 남 말 하고 있네!” “방송 테러는 누가 하는데!” “적당히 해야지!”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윤 대통령의 잇따른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지적할 땐 “한번이라도 도와준 적 있어요?” “발목 잡은 건 민주당이야!”라는 날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박 원내대표의 연설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소리 높여 박수를 치며 응수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는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자리를 떠나 여당 쪽 좌석이 비어있다. 연합뉴스

야유가 거세질수록 박수와 함성 역시 커졌다. 손으로 삿대질을 하거나, 더는 듣기 싫다는 듯 자리를 뜨는 의원들도 있었다. 박 원내대표가 연설 중 “(정부가) 국민을 편 가르고 국론을 분열시킨다”고 한 대목에 이르자 국민의힘 한 의원은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이거 계속 듣고 있어야 하는 거예요? 지도부가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묻기도 했다.

연설 40여분간 여야 의원들이 서로 소리를 지르며 삿대질하는 모습을 본 오산초 학생들은 곳곳에서 “이상해”, “무서워”라는 속삭임을 주고받았다.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을 바라보거나, 신기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는 학생도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퇴장하는 길 오산초 학생들에게 국회 본회의를 지켜본 소감을 물었다. 시무룩한 얼굴의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싸우는 건 처음 봐서 신기했어요. 그런데 이래도 되는 건지 걱정되기도 해요. 이래도 되는 건가요?”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