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축제에도 불황 그늘 … 오픈런도 완판도 없었다
수백억 대작 사라진 프리즈
인기작품 구입 경쟁은 옛말
1억~2억원대 작품위주 판매
키아프에도 VIP 몰렸지만
수천만원대 작품만 잘팔려
올해는 그림을 사러 달리는 사람도, 수백억 원대 대작(마스터피스)도 없었다. 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도 불황을 비껴갈 수 없었다.
2022년 피카소와 앤디 워홀 등 거장의 걸작들을 펼치며 서울에 처음 상륙했던 프리즈는 올해 10억원 이하 작품들을 주로 선보였다. 경기 침체에 위축된 컬렉터(수집가)들이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대작 구입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인기 작가의 수억 원대 작품들을 선별해 부스를 차렸다.
세계 톱 화랑인 스위스 하우저앤워스는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고 있는 니콜라스 파티의 35만달러(약 5억원) 세폭화, 광주비엔날레에 참가하는 앰베라 웰먼의 4만달러(약 5500만원) 회화, 내년에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마크 브래드포드 220만달러(약 30억원) 회화 등을 내걸었다. 이 중 파티와 웰먼 작품은 개막 직후에 팔렸다.
현장에서 만난 제임스 코흐 하우저앤워스 총괄 디렉터(파트너)는 "한국 전시가 예정된 작가들 작품 위주로 부스를 차렸다"며 "한국은 미술관이 많고 컬렉터(수집가)들이 소장한 작품 수준이 높아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갤러리 가고시안은 그동안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의 작품들로 부스를 채웠다. 32세에 요절한 일본 작가 이시다 데쓰야가 도시 직장인의 비애를 그린 회화, 미국 추상화가 헬렌 프랑켄탈러, 천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을 그리는 폴란드 출신 여성 작가 에바 유스키에비츠 등의 작품들을 내세웠다. 대부분 작품가는 10억원 미만이다. 토비 키드 가고시안 디렉터는 "보다 다양한 작가들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갤러리 페이스에서도 1억~2억원대 작품 판매가 강세를 보였다. 부스 전면에 걸린 카일리 매닝의 신작과 최근 국내 개인전을 연 오카자키 겐지로 추상화가 팔렸다고 밝혔다.
영국 화이트큐브는 트레이시 에민의 12만파운드(약 2억2000만원) 브론즈, 안토니오 곰리의 55만파운드(약 9억7000만원) 조각을 개막 직후 판매했다. 조현화랑은 숯화가 이배의 5만4000달러(약 7500만원) 회화 10점, 단색화 대가 박서보의 12만달러(약 1억700만원) 색채 묘법 2점을 완판해 한국 블루칩 작가의 강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는 지난 2년과 달리 3층 프리즈 서울 못지않게 개막 직후 1층 키아프에도 VIP 컬렉터들이 몰렸다. 이곳 역시 판매는 일부 유명 작가에게 집중됐으며, 수천만~1억원대 작품 위주로 팔렸다. 갤러리현대는 신체 드로잉 대가 이건용의 1억원대 회화, 전위미술작가 성능경의 2000만원대 작품 등을 판매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더 어렵다는 예상에 돈이 있어도 초고가 작품에는 선뜻 지갑을 안 연다"고 말했다.
아뜰리에 아키는 MZ세대 인기 작가 권능의 2000만원 회화를 오픈 직후 팔았고, 화이트스톤갤러리는 권순익의 1000만원 작품 3점을 완판했다.
선화랑은 미국의 젊은 작가 'ThankYou X'의 4430만원, 9450만원 회화 2점을 팔았으며, 학고재 갤러리도 정수영, 허수영, 로와정 등 수백만 원에서 1000만원대 젊은 작가 작품 위주로 판매했다.
영국 갤러리 워터하우스앤도드는 엘리사 리스토바의 초상화 연작 1점을 6200만원에 판매했으며, 홍콩 탕 컨템포러리 아트는 1억원대 우국원 작품 2점을 완판했다.
탕 컨템포러리 아트 관계자는 "우국원 작가는 3년 전부터 예약 고객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높아 구매 문의가 몰렸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키아프에 참가하는 호주 시드니 갤러리 피어마크는 벤 크레이스 등 신예 작가를 중점적으로 소개해 출품작 절반을 선판매했다. 저스틴 콜라난 피어마크 대표는 "서울은 아시아 시장의 미술 허브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아시아에 작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키아프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리즈는 7일까지, 키아프는 8일까지 관람객을 맞는다.
[송경은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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