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승소했지만…LG 맏사위 윤관 금전 의혹 커지는 이유는?
르네상스호텔 매각 당시 노조 무마용 거액 지출 가능성
조창연 전 고문 "돈 빌려준 것 맞다" 주장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가 본인이 휘말린 대여금 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윤 대표와 대여금을 둘러싼 의구심은 풀리지 않고 더욱 증폭되는 모양새다.
이번 소송 과정에서 대여금 거래 당사자인 윤 대표와 조창연 전 BRV 고문이 중국 위챗 메신저로 나눈 대화 내용이 증거로 제출됐는데, 여기에 윤 대표가 노조 문제와 관련해 거액의 돈을 지출한 정황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윤 대표는 2016년 르네상스호텔 매각 과정에서 노조 문제 해결을 위해 2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윤 대표가 어떤 이유로 노조에 현금 2억원을 썼다면, 이 돈이 노조 측 누구에게 어떻게 흘러갔느냐에 따라 이번 대여금 소송과는 별개로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조 전 고문은 삼부토건 창업주인 고 조정구 회장의 손자로 삼부토건은 르네상스호텔의 원 소유주였다. 이에 따라 조 전 고문과 윤 대표는 함께 르네상스호텔 매각과 재개발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둘은 경기초등학교 동기동창이기도 하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조 전 고문이 윤 대표에게 2억원을 빌려줬다는 점은 일정부분 신빙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르네상스호텔은 강남 센터빌딩으로 재개발이 완료돼 신세계그룹 계열인 신세계프로퍼티가 소유권을 갖고, 호텔 및 사무실 용도로 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김동혁 부장판사가 이날 조창연 전 BRV코리아 고문이 윤관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2억원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조창연 전 고문)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결한 가운데 양측 금전 거래 의혹이 재판에서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 되레 증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재판부는 기각 이유에 대해 "금전을 대여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피고와 다투는 때에는 대여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원고에게 있다"며 "원고가 주장하는 증거만으로는 피고에게 2억원을 대여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의 주장 사실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 관계자들은 조 전 고문이 윤 대표에게 돈을 빌려줬다는 정황이 꾸며냈다고 하기에는 너무 구체적이라고 지적한다. 조 전 고문의 보유 재산으로 볼 때 윤 대표를 상대로 굳이 거짓으로 2억원을 갚으라고 소송을 걸 이유도 희박하다는 주장도 들린다.
조 전 고문은 지난해 11월 10일 윤 대표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윤 대표에게 2019년 6월 5만원권 현금 2억원을 빌려줬고, 이 돈을 돌려달라는 취지다. 올해 2월 16일 재판부가 조정 회부 결정을 내리며 양측이 합의할 여지가 있어지만, 윤 대표가 조 전 고문 측 주장을 부인해 정식 재판에 돌입했다.
윤관 대표, 노조에 정말로 거액 지출했나
특히 이번 소송에서 윤 대표 측이 조 전 고문과의 중국 위챗 대화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는데, 이 대화 일부 내용이 윤 대표가 노조 문제와 관련해 거액의 돈을 지출한 정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상스호텔 매각과 재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르네상스호텔 노조 등과 협의가 필요했고, 이를 위한 비용 마련과 책임 부담에 대해 윤 대표와 조 전 고문이 위챗으로 대화를 나눈 것이다.
조 전 고문은 이 과정에서 2억원을 윤 대표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이고, 윤 대표는 돈은 빌리지 않았고 노조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윤 대표가 2억원을 빌렸는지 문제와 별개로, 노조 측에게 2억원을 지급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 지급 자체가 또 다른 논란거리로 불거질 수 있다.
이 돈이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반대하는 르네상스호텔 노조의 무마용으로 쓰였다면 더더욱 논란은 커질 수 있다.
실제 르네상스호텔 매각 과정을 보면, 2015년 10월 1차 공매가격(1조8560억원)과 비교해 2016년 4월 최종 낙찰가(6900억원)가 지나치게 낮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당시 르네상스호텔 노조는 헐값 매각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조 전 고문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윤관 대표가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달라고 해 돈을 빌려줬고, 이후 돈을 갚겠다고 했다"며 "그러다 이번 재판에서 노조 문제로 지출했다는 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un8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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