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솔선수범 리더십…월드컵 본선 가겠다"
북중미월드컵 3차 예선 시작
印尼, 6일 사우디와 첫 경기
'박항서 신화'처럼 새 도전
"우리가 속한 C조에 일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강팀이 포진돼 있지만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어요. 신태용답게 질 때 지더라도 강하게 맞선다는 각오로 싸워야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는 5일부터 진행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참가국 중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국가다. 역사상 처음으로 3차 예선 무대를 밟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기회를 잡게 됐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축구를 아시아 변방에서 중심으로 끌어올린 신 감독은 3차 예선에서도 기적의 드라마를 쓰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C조에 이름을 올린 인도네시아는 오는 6일 오전 3시(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신 감독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단 한 번도 쉬운 도전은 없었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동안의 결실을 만들어낸 것처럼 이번에도 앞만 보고 달려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과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에 남을 여러 기록을 세웠다. 올해 U-23 아시안컵 4강과 아시안컵 16강, 2022년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우승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U-23 아시안컵 8강에서는 한국을 제압하고 4강에 올라 의미를 더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감독으로 처음 부임했을 때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 5년간 여러 결과를 만들어내 기분이 좋다. 외교관은 아니지만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 조국인 한국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한국 최고의 수출품은 삼성이 아닌 신태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신 감독의 인기는 엄청나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박항서 전 감독처럼 인도네시아 축구팬들에게 신 감독은 구세주가 됐다. 현지 발음으로 '신따이용'으로 불린다는 신 감독은 최근 인도네시아 대표팀에 자신의 영어 이니셜인 'STY' 색을 입히는 작업에 한창이다. 그는 "공격 전술을 다양화하고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공격 코치로 염기훈이 합류했다. 여기에 우리가 필요했던 포지션에 몇몇 귀화 선수들이 합류해 전력이 강화됐다. 적극적으로 공격하면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우리만의 색을 입히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훈련에 매진했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의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신 감독은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축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현실적인 목표는 3위를 차지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것이다. 3차 예선에서도 U-23 아시안컵과 아시안컵 등에서처럼 기적의 드라마를 써보겠다"고 다짐했다.
신 감독은 인도네시아 선수들이 자신을 믿고 따르는 비결로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전술과 교체 타이밍 등에 문제가 있었을 때는 선수들에게 먼저 사과를 한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와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확실한 의지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명이 넘는 인도네시아 선수를 파악하느라 한국 축구와 잠시 멀어져 있다고 밝힌 신 감독은 언젠가는 한국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도 드러냈다. "장기적으로는 2027년 아시안컵에서 4강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인도네시아 감독으로 커리어를 멋지게 마무리한 뒤에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싶다."
한편 홍명보 신임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3차 예선 B조 1차전을 치른다. 손흥민과 김민재, 이강인 등 주축 선수들과 처음 태극마크를 단 양민혁, 황문기 등은 힘을 합쳐 3차 예선 첫 경기 승리에 도전한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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