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 받으려던 세입자 '안절부절'… 월세상승 불똥 우려

김유신 기자(trust@mk.co.kr),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이선희 기자(story567@mk.co.kr) 2024. 9. 4. 18: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5대은행 대출규제 직격탄
일부선 미등기 전세대출 불허
전세금 받아 잔금납부 차질
수도권 5만7000가구 초비상
조건부대출 기준 모두 제각각
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까지
"대출 안내 자료 만들어달라"
재건축조합이 은행에 요청도

◆ 대출규제 혼란 ◆

일부 시중은행이 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세입자와 분양 계약자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오는 11월 1만20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 전경. 매경DB

재건축단지 인근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A은행 영업점에는 지난 2일부터 전세자금대출과 관련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유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등 9월부터 전세대출 심사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단지 인근 재건축조합은 이 은행에 조합원 안내용 입주자금대출과 세입자 전세자금대출 자료를 만들어달라고 먼저 요구하고 나섰다.

9월부터 시중은행이 소유권 이전이 완료되지 않은 주택에 대해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는 등 심사를 강화하자 입주를 앞둔 단지들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통상 재건축 아파트는 이전 등기를 마쳐야 소유권이 조합에서 소유자에게로 넘어간다. 대출을 받아 전세로 들어가려고 계획한 세입자들은 대출이 나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려 한 분양 계약자들도 은행마다 다른 대출정책에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4일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이들은 전날 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가이드라인을 재정비했다. 국민·우리·농협은행은 분양주택 등 모든 주택에 대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일괄 제한하기로 했다. 조건부 전세대출이란 새 집주인이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함과 동시에 새로 들어올 세입자가 전세금을 대출받는 조건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새 집주인의 잔금 납부일과 세입자의 대출 실행일을 같은 날로 맞추고 그날 받은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는 것이다. 보통 갭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가계부채 억제 일환으로 갭투자를 막겠다며 최근 이와 관련한 대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문제는 해당 규제 대상에 분양주택도 포함해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은 이 대출을 올해 10월 말까지만 운영할 예정이고, 우리은행은 기한을 아직 정하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대출 실행 전까지 임대인이 분양대금을 완납했다면 임차인에 대해 전세자금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반면 국민·우리은행은 집주인이 잔금을 다 치렀어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있다면 세입자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기로 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정책 변화에 입주를 앞둔 단지들의 혼란은 커질 전망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부터 올해 말까지 수도권에서 입주를 앞둔 물량은 총 5만7373가구다. 1만2000여 가구로 전국 최대 단지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도 11월 입주할 예정이다. 은행들이 전세자금대출을 내주지 않으면 그만큼 세입자들은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세입자 보증금으로 잔금을 납부하려던 분양 계약자들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새집 입주를 꿈꾸고 있던 재건축 조합원 사이에서도 대출 규제 강화로 애꿎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 만기가 준공 일정에 맞춰져 있는데 전세대출이 제한돼 신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입주가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조합원은 (이주기간 중 살았던 임차 주택)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입주할 수 있는데 전세대출이 제한되면서 전세가 잘 빠지지 않으면 제때 들어가기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이번 전세자금대출 제한 조치는 월세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동산 정보앱 아실에 따르면 이날 서울 월세 매물은 1만5300개로 정점이던 2023년 1월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매물이 감소하는 만큼 가격이 오르는 속도도 빠르다.

한국부동산원 서울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100.88에서 올해 7월 102.92로 지속 상승하고 있다. 전세대출 규제로 전세 이동이 제한되는 실수요자들이 보증금을 낮춰 반전세나 월세를 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월세 매물 감소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은행들이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제한하기 시작한 점도 월세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은행권의 대출 심사 강화는 주택 갈아타기 또는 전세 입주를 제한한다"며 "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 실수요자에게는 주거비가 올라가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유신 기자 / 채종원 기자 / 이선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