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특검, '무늬만 절충안'…한 숨 돌린 한동훈
1차 추천만 대법원장…'무제한 비토권'
'제보 공작 의혹'은 수사 대상서 빠져
한 대표, 의원 개별 접촉…특검법 설득 중
[아이뉴스24 유범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을 발의한 것을 두고, 여당 내 친한(친한동훈)계까지 '무늬만 제3자 추천 특검법'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야권으로부터 '하루빨리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아온 한 대표는 일단 시간을 벌었다는 분석이다. 당내는 여전히 '특검은 절대 안 된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특검법 발의 의지를 고수하고 있는 한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다.
4일 친한계 의원들은 야당이 전날 공동 발의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나와 "겉과 속이 다른 수박 특검법"이라며 특검법 내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별검사를 야당이 비토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을 두고도 "그런 방식이라면 결국 민주당이 원하는 방식을 고집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장동혁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늬만 제3자 특검, 짝퉁 제3자 특검"이라고 평가절하 하며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별검사 4명 중 2명을 민주당이 선택하고, 그나마도 횟수 제한없이 무제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문제삼았다.
야 5당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4명을 추천하면 그 중 야당인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가 각각 1명을 최종 선정하는 방식이다. 만약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은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기존 법안에서 추천권만 대법원장에게 준 셈이다. 민주당 등 야당이 '한동훈 압박용'으로 카드를 꺼낸 것이란 분석이지만, 이 때문에 한 대표 측은 내심 여유 있는 눈치다.
또 그간 민주당이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던 '제보공작 의혹 조사'가 빠진 것도 한 대표 입장에선 호재다. 한 대표가 전날 구미 방문 중 기자들과 "내용은 봤지만 바뀐 게 없었다. 제 입장은 (기존과) 같다"며 자신 있게 밝힌 것은 이를 고려한 발언이란 해석이다. 한 대표 측 당 핵심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본질은 같은데 포장만 달리해서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특검법을 거절했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문제점을 계속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당내에선 비한계·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현시점에서 특검은 어떤 형태든 적절치 않다'는 주장 역시 일관된다. 야당이 전날 발의한 특검법을 보면 결국 대여 공세 또는 대통령 탄핵 공세를 위한 도구일 뿐, 진상규명 노력 등 진정성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당은 이날 곽규택 수석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결국 민주당이 미는 인사에게 특검을 맡기겠다는, 사실상 본인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심산"이라며 "우리 당은 공수처 수사 후에도 의혹이 남을 경우 특검을 추진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제3자 특검 관련) 어제 다 말씀드렸고 더 이상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 자꾸 말의 변화를 갖고 뭘 이야기하려고 하지 마시라"며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받을지는) 한 대표에게 물어보든지 하라"고 잘라 말했다.
한 대표는 본인 시간대로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전대 기간 특검법 관철을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박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이 분명하다"면서 "한 대표가 특검법 발의를 포기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친한계 인사들이 모인 텔레그램 방에 '오보입니다'라고 기사와 함께 올렸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일단 당내 의원들과 개별 오·만찬 회동을 통해 접촉하며 의견 수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도 김석기·성일종·신성범·윤한홍·이양수 의원 등 3선 의원들과 점심 함께하며 관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친한계 의원은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대해 공식 논의는 없지만 물밑으로는 꾸준히 의견 수렴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 반대 입장이 강했던 인사들도 '특검 필요성'을 들어보려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친한계 핵심 인사도 통화에서 "한 대표의 특검 추진 의지는 바뀌지 않는다"라며 "의원들과 현재 개별 접촉 중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유범열 기자(heat@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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