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네이버스-동아닷컴 주관 글로벌 CSR 콜렉티브 임팩트 포럼 신현상 한양대 교수-정유진 트리플라잇 대표가 강조하는 임팩트 창출·측정 LG전자-현대자동차의 사업 사례
복잡한 사회문제는 막대한 자원을 가진 중앙정부나 기업이라도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서로 다른 전문성이나 자원을 가진 주체가 협업하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방식이 등장했다. 여러 크고 작은 주체들이 힘을 모아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함으로써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콜렉티브 임팩트’가 필요한 이유다.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까.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와 동아닷컴은 3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파트너십으로 만드는 세상을 위한 좋은 변화’를 주제로 ‘2024 글로벌 CSR 콜렉티브 임팩트 포럼’을 열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문가들이 콜렉티브 임팩트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글로벌 사회 공헌에 참여했던 기업들이 사례와 성과를 공유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신현상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임팩트리서치랩 대표)는 ‘크로스 섹터 파트너십(Cross-Sectoral Partnership)과 콜렉티브 임팩트’를 주제로 첫 번째 세션을 시작했다. 그는 나무 키우기 게임으로 임팩트를 창출한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을 소개하면서 혁신, 즉 새로움과 탁월함을 가진 문제 해결 솔루션이 임팩트를 창출한다고 설명했다.
‘트리플래닛’은 가상 공간에서 게임에 참여한 유저들이 나무를 키우면 기업과 정부가 실제로 아마존이나 몽골 사막에 나무를 심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유저들은 자신의 비용을 아끼면서 나무를 심을 수 있고, 기업은 게임에 광고를 넣어 홍보 효과를 얻는다. 기업이 NGO에 나무 심는 비용을 제공하면 NGO는 나무를 심는다. 현지 정부는 나무를 심을 땅을 지원한다. 신 교수는 “참여자 중 하나라도 희생하는 구조였다면 이 사업이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사업 기획 단계부터 어떻게 하면 모두 윈윈(Win-Win)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사한 게임이 시장에 나와 유저가 줄자 트리플래닛은 다른 사업 방식을 찾았다. 팬클럽 크라우드 펀딩으로 숲을 조성하는 등 혁신에 나선 것이다. 신 교수는 “과거의 성공에 매몰되기보다는 새로운 혁신이 중요하다”며 “주체들이 ‘함께 학습하는 것(Learning together)’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유진 트리플라잇 대표는 ‘글로벌 CSR 트렌드와 임팩트 전략’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100대 기업의 글로벌 사회공헌 형태를 분석한 보고서를 소개했다. 그는 “대부분 식품 지원 등 단순 기부에 집중하면서 인풋 데이터 중심으로 성과를 이야기한다. 3억 원을 지원해서 3만 명의 아이들을 도왔다는 식이다. 그러나 지원의 성과는 아웃풋 중심이 돼야 한다. 그 사업이 무엇을 만들어 내야 하는지 이야기하고, 변화를 지속적으로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아동 빈곤 이슈를 예로 들면, 어느 나라의 어느 도시에서 아동 빈곤이 어떤 지표로 제시되는지, 타 국가와 비교했을 때 얼마나 더 심각한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CSR은 궁극적으로 바라는 변화상(임팩트)을 정의해 목적 및 방향성과 연결돼야 하며, 임팩트를 정의해야 성과 측정과 사업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0년 이상 장기 임팩트를 측정할 수도 있으므로 처음 사업을 세팅할 때 지표를 잘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석호 동아닷컴 전무는 ‘사회적 임팩트 확산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이야기하면서 서구 미디어에서 형성되고 있는 ‘콘스트럭티브 저널리즘’(Constructive Journalism∙건설적인 저널리즘)을 소개했다. 언론사와 기자들이 기존의 폭로와 비판 중심에서 칭찬과 대안 중심으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촉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널리즘이다. 그는 “언론이 정부, 시민단체, 학계, 기업과 활발한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참해야 한다고 보는 점에서 콜렉티브 임팩트 운동에 걸맞은 언론 이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인 2020년부터 시작한 ‘히어로콘텐츠’ 시리즈를 동아미디어그룹의 대표적인 콘스트럭티브 저널리즘 브랜드라고 소개했다. 여러 명의 기자가 6개월 이상 심층 취재하고 이를 인터랙티브 등 최첨단 멀티미디어 형식으로 포장하면서 정부 및 NGO 학계 등과 협업한다는 점에서 콜렉티브 임팩트 활동에도 해당한다는 것이다. 2020년 보도된 ‘환생’ 시리즈의 경우 장기기증의 모든 과정을 기사와 영상에 담으면서 정부와 장기기증 단체 등과 협업해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기업들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송정민 LG전자 사회공헌팀 팀장은 2014년부터 진행 중인 ‘저개발 국가 직업훈련학교 운영’ 사업을 소개했다. 해당국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전기∙전자∙IT 공과 등 학과를 선정하고, LG전자 서비스센터 매뉴얼을 활용한 커리큘럼에 따른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취업 상담, 박람회, 산학연계, 졸업작품전시회 등이 이뤄져 취·창업률 100%, 자격증 취득률 98%의 성과를 이뤘다.
그는 “기업의 경우 자사 기술이나 제품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수혜자들의 자립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당국 정부와 학교 등 이해관계자들과 사업 목적 및 KPI(Key Performance Indicator∙핵심 성과지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사업 실행 주체인 현지 법인의 니즈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전자는 현지 지점, NGO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명확한 역할분담(R&R)을 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나선다고 소개했다.
임혜지 현대자동차 CSV전략팀 책임매니저는 지난해부터 울산 정자항에 폐어망 집하장을 조성하고, 폐어망 수거 및 업사이클링을 통한 자원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사업을 소개하면서 “정부, 기업, 어민, NGO 등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개별적인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의 편익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고 협업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 보호라는 대의적인 목표 전에 진짜 각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개별 편익을 파악해 사업에 동기부여를 해주는 게 기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하는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순환경제 사업’도 소개됐다. 사업을 추진할 때는 현지 정부가 플라스틱 순환경제 사업을 이해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지, 현지 전문기관과의 협력이 가능한지, 지역주민이 폐플라스틱 수거함 관리 운영 및 인식 개선 교육에 협조할 것인지 등을 미리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철 굿네이버스 동아시아권역 코디네이터는 해당 정부와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후원을 받아 진행한 ‘인도네시아 초등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이러닝 교육지원사업’을 설명하면서 “현지 정부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적극적이었고 예산 확보를 스스로 했다는 게 굉장히 의미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기아자동차와 함께 진행한 ‘에코빌리지 사업’에 대해선 “정부가 승인 절차에서 큰 도움을 줬다”며 “사후 관리를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을 만들어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코디네이터는 ‘You’ll Never Walk Alone’(당신은 절대 혼자 걷지 않는다)라고 적혀있는 키링 하나를 꺼내 들며 강연을 마쳤다. “베트남에서 사 온 키링인데 이 한 문구가 결국 콜렉티브 임팩트를 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는 강연자 외에도 김중곤 굿네이버스 사무총장,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 기업 관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김중곤 사무총장은 “정부뿐 아니라 국제기구와 기업, 글로벌 현장에서 일하는 NGO까지 힘을 합쳐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며 “굿네이버스는 시행착오, 경험, 국제사회가 인정한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이 글로벌 CSR을 잘할 수 있도록 안내자가 되려 한다”고 밝혔다. 김선 본부장은 “강연을 통해 프로그램 디자인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업, NGO, 학계, 컨설팅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사업 기획을 진행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사업을 디자인해 단기 프로젝트에서 성취하지 못한 임팩트를 측정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현지에서 함께 협력해 지속가능한 변화를 일으키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