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우리금융 작심비판 "조직 개혁하려는 의지 안보여"

부당대출 뒤늦은 보고에 일갈
"보험사 인수 사전 협의 없어"
강도높은 정밀검사 실시 예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나눠 먹기' '끼리끼리 문화'라는 표현을 쓰며 우리은행·금융을 작심 비판했다. 또 우리금융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리스크가 있는데도 사전에 당국과 상의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이 문제를 정밀하게 검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4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은행·금융에 대한 정기검사와 관련해 "현 경영진도 이것(전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끼리끼리 문화, 나눠 먹기 문화가 팽배해져 있다는 의혹이 있고, 조직에 개혁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임 회장 시절에 일어난 일이지만 현직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이 사실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 자체가 사안을 축소해 본 측면이 있고, 조직을 바꾸려는 의지가 없었다는 의미라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다만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을 두고는 "경영진에 대한 직접 책임은 이사회나 주주가 묻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금감원은) 생보사 인수, 이런 상황을 몰랐고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생보사 인수는 영업 확장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는 리스크 팩터(요인)가 은행과 다른데 이런 리스크가 반영됐는지 걱정"이라며 "금융위원회나 금감원과 소통해야 했는데, 소통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산 확장 과정에서 리스크 관련 문제가 있을 수 있어서 경영실태평가를 해야 하고, 상황을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가 회사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키기 위해서는 금감원의 편입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우리금융의 정기검사는 표적 검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박인혜 기자 / 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