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환자가 울산 가야할 지경”…군의관 투입에도 위태로운 응급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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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 위기를 직접 체감하는 환자단체, 구급대원들은 한목소리로 상황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정부는 이날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 3명의 군의관을 파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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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환자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
“구급차가 갈 곳이 없다. 강원 지역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받아준다는 곳이 없어서 울산도 가고, 서울도 간다.”(강원도소방본부 소속 구급대원 ㄱ씨)
응급의료 위기를 직접 체감하는 환자단체, 구급대원들은 한목소리로 상황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인력난 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는 응급실은 2일 3곳에서 4일 5곳이 됐다. 정부는 이날부터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인력 부족을 겪고 있는 응급의료 현장에 긴급 투입한다.
서울 서남권 광역응급의료센터인 이대목동병원은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30분까지 성인 야간 응급진료를 중단한다. 이 병원 응급실은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이탈 전 응급의학과 전문의 12명과 전공의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문의 8명뿐이다. 정부는 이날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에 3명의 군의관을 파견한다고 했다. 정부는 4일 15명을 시작으로 9일까지 응급의료기관 등에 모두 250명의 군의관·공보의 등을 배치한다.
이런 정부의 조처와 설명에도 응급의료 현장에선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들린다. 한 부부는 지인인 85살 어르신 집을 찾았다가, 바닥에 넘어진 어르신을 발견해 3일 오후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대퇴부 골절이 의심됐지만 당장 수술할 의사가 없어, 환자는 가족이 수소문해 찾은 2차병원으로 가야 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의대 교수(응급의학과)는 “정부가 작은 응급실까지 분모에 넣어서 전체 응급의료기관의 99%가 정상 운영이라는데 그건 통계 장난이다”라며 “이대로면 날 추워져 어르신들 심장 질환 위험 커지고 독감까지 유행하면 진짜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장은 “국민 누구나 응급환자가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응급실 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급대원들이 맞닥뜨리는 현장도 위기일발이다. 강원 지역 구급대원인 ㄱ씨는 “최근 강원대병원 응급실이 성인 야간진료를 중단했다. 그러다 보니 야간에 인근의 한림대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쏠려, 그곳도 다 차서 환자를 못 받는 상황이 생긴다”고 했다. “의사들이 못 버티겠다고 더 휴직하면 답이 없다. 중증 응급환자를 구급차까지 태웠지만 정작 갈 곳이 없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엔 44곳 권역응급의료센터 가운데 24곳이 27종 중증 응급질환 중 일부 질환에 ‘진료제한 메시지’를 표출했다.
이정연 박수혁 임재희 김윤주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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