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시 발목잡은 주식 수…10년간 2배 급증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4. 9. 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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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밸류 다운'의 원인 중 하나로 주식 수 급증이 손꼽힌다.

주식 수가 늘면 주주가치가 희석돼 시가총액이 늘어도 정작 지수는 상승하지 못하게 된다.

한국 증시 전체가 마치 유상증자를 한 것처럼 주식 수가 꾸준히 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시총을 계산할 때 발행주식 수를 기준으로 하지만, 미국은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주식 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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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코스닥 발행 주식수
최근 10년간 107% 늘었지만
퇴출 없는 무더기 상장에
지수 상승률 겨우 35% 그쳐
자사주 사들여 주식 줄인 美
주당 순익 개선으로 밸류업

한국 증시 '밸류 다운'의 원인 중 하나로 주식 수 급증이 손꼽힌다. 주식 수가 늘면 주주가치가 희석돼 시가총액이 늘어도 정작 지수는 상승하지 못하게 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의 합산 발행주식 수는 2014년 571억주에서 2024년 9월 3일 기준 1183억주로 107.2% 급증했다. 코스피가 354억주에서 627억주로, 코스닥이 217억주에서 556억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시총은 1366조원에서 2570조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기업가치가 2배 늘었으니 가격(지수)도 그만큼 상승해야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코스피·코스닥은 2014년 종가에서 최근까지 각자 35%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박스피(박스권을 그리는 코스피)'라는 오명도 이때 생겼다.

시총은 주식 수에 주가를 곱해서 계산한다. 주가가 오르지 않고 주식 수만 늘어도 시총은 증가할 수 있다.

보통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들 주가는 단기적으로 하락한다. 주식이 추가로 발행되면서 기존 주주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 전체가 마치 유상증자를 한 것처럼 주식 수가 꾸준히 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됐다는 지적이다.

물적 분할에 따른 쪼개기 상장, 상장사들의 꾸준한 유상증자 등이 주식 수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수익성이 부족한 기업들이 코스닥을 중심으로 무더기 상장하면서 지수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 반대다. 소위 '매그니피센트(M)7'으로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 주식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은 시총을 계산할 때 발행주식 수를 기준으로 하지만, 미국은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주식 수를 본다.

2014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알파벳(구글), 아마존닷컴, 메타 플랫폼스(페이스북), 테슬라의 합산 유통주식 수는 852억주다. 올해 9월 3일 기준 M7의 유통주식 수는 756억주로 2014년 대비 오히려 11.2% 감소했다.

미국 상장사들은 자사주 매입(미국은 매입이 소각 효과)을 통한 주주환원을 적극적으로 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식 수가 줄고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돼 주가가 오르는 효과로 이어진다.

애플의 유통주식 수는 2014년 244억주에서 2024년 153억주로 37.3% 줄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84억주에서 74억주로 10억주가 감소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식 수를 줄이는 미국 상장사들의 노력 덕에 대표지수는 꾸준히 상승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나스닥100지수는 지난 10년 동안 각각 168.7%, 348.2% 올랐다. 특히 한국 증시는 코스피보다 코스닥의 주주가치 희석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가 박스권 구간을 오가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그림을 그리는 데 반해 코스닥은 역주행 중이기 때문이다.

닷컴버블 때인 2000년 코스닥의 상장주식 수는 68억주에 불과했다. 24년 사이에 주식 수가 약 8배 늘어난 셈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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