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에너지 동맹' 판 까는 현대차…"프렌드 쇼어링 구축해야"
조태열 장관, 3국 경제협력 강조
"韓日, 미국 내 외국인 투자 1·2위
쌍방향 투자 늘려야 공급망 안정"
지정학이 경영에 미치는 영향 커져
현대차, 글로벌 협력체 지원 등 대응
4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미국 양당 외교·안보 정책의 ‘키맨’이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TED)’에 참석하기 위해 총출동했다. 호텔 주변엔 아침부터 무전기를 착용한 수십여 명의 경호원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한·미·일 정·재계 주요 인사 100여 명 사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동북아시아의 핵심 3국을 아우르는 글로벌 협의체 TED를 작년부터 후원하고 있다.
○미국 외교안보 핵심 총출동
이날 행사엔 미국 외교안보 핵심 인물이 대거 참석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공화당)은 지난 1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일 미국대사를 지낸 인물이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차기 국무장관 후보 1순위로 꼽힌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에 비판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민주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역구인 델라웨어주를 물려받은 인물이다.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외교·안보 고위직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 상원의원 7명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대사,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스 이사장 등도 미국 측 참석 인사 명단에 포함됐다.
일본에서는 테드 오가와 도요타자동차그룹 북미지역 최고경영자(CEO)와 고지 아리마 덴소 사장 등이 참석했다. 한국 대표로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정 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풍산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등이 함께했다.
○3국 에너지 안보 방안 논의
지난해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1회 TED에서는 군사안보와 신뢰기반 기술 외교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올해 핵심 주제는 에너지 안보다. 고지 사장은 “한국과 미국, 일본의 에너지 협력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수소 에너지도 이 중 한 분야”라고 말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 겸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도 “도요타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했다. 최근 양사는 수소 생태계 구축을 중심으로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다음달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그룹 회장은 12년 만에 방한도 앞두고 있다. 현대차는 이날 회의에서 3국을 아우르는 에너지 동맹체에 대한 아이디어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너지 안보와 관련해 조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한·미·일 3국 간 ‘프렌드쇼어링(우방 간 공급망 구축)’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이 쌍방향 투자를 양적·질적으로 확대·심화해 ‘프렌드쇼어링’ 관계로 발전할 때 더욱 안정적이고 회복력 높은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미·일 협력은 한·미 동맹과 맞물려 돌아가는 가장 중요한 톱니바퀴와 같은 것”이라며 “이제 3국이 경제·외교전략적 관계를 강화해 나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지정학 불확실성에 대응해야”
산업계에선 글로벌 협의체의 후원사로 나서는 등 ‘미래’에 대처하려는 현대차그룹의 분주한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영국 옥스퍼드대와 손잡고 미래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파트너를 선택하기 위해 실무진이 영국의 주요 대학을 수개월간 탐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옥스퍼드 미래연구센터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데 특화된 기관이다.
재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동 정세의 불안 고조 등 지정학적 변화가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의 폭과 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미국, 유럽, 일본만 해도 이 같은 정세 변화를 체크할 싱크탱크를 갖추고 있는 데 비해 한국은 민관 모두 열악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만 해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짓는 데 총 126억달러(약 17조3943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해외 투자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차기 미국 행정부가 IRA를 폐지할 경우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대관 조직을 대폭 강화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날 행사엔 현대차그룹 고문으로 영입된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한국 지부장과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진원/김동현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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