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팀 팬들이 오타니에 야유를? ‘오거베’ 하다 부메랑… 오타니의 잊지 못할 나들이

김태우 기자 2024. 9. 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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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정규시즌 기준으로는 첫 에인절스 스타디움 나들이를 가졌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을 활약했으며, 이날 친정팀 팬들은 오타니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
▲ 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정규시즌 기준으로는 첫 에인절스 스타디움 나들이를 가졌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을 활약했으며, 이날 친정팀 팬들은 오타니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2017년 겨울 메이저리그 무대를 발칵 뒤집어놨다. 말 그대로 30개 팀 모두가 관심을 보인 세기의 영입전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돈이 없는 팀도 ‘입찰’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시 오타니는 나이와 규정상 ‘아마추어’ 선수였다. 25세 이하 선수라 국제 아마추어 선수 자격이었고, 오타니는 국제선수 룰에 따라 움직였다. 아무리 돈이 많은 구단도 보너스풀은 한정되어 있었다. 각 구단이 가진 보너스풀은 비슷했고, 쓸 수 있는 돈도 비슷했다. 즉, 오타니 영입전에서 돈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구단의 장기적인 구상, 그리고 오타니를 어떻게 대접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수많은 구단들이 오타니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일부 구단은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대동하고 오타니 앞에 서기도 했다. 그만큼 오타니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이 세기의 영입전에서 승리한 팀은 LA 에인절스였다. 당시 에인절스는 오타니를 팀의 간판스타로 만들기 위한 계획, 그리고 무엇보다 투·타 겸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그에 대한 치밀한 전략을 준비해 오타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일본인들에게 비교적 친숙한 미 서부 지역, 특히 로스앤젤레스 광역권을 연고로 한다는 점에서도 유리했다.

그런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을 받고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에인절스의 간판 스타,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간판 스타로 성장하며 에인절스에 어마어마한 전력 보강 효과와 마케팅 수입을 안겨다줬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6년간 타자로는 701경기에 나가 타율 0.274, 171홈런, 43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2를 기록했고, 투수로는 86경기에 선발 등판해 38승19패 평균자책점 3.01로 활약했다.

오타니는 2021년과 2023년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르며 부상이 잦았던 마이크 트라웃을 대신해 에인절스의 간판으로 뛰었다. 하지만 연장 계약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결국 2023년 시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오타니는 옆동네 팀인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6억8000만 달러 지불유예 조항 포함)에 계약하며 에인절스를 떠났다. 거리상으로는 굉장히 가깝지만, 또 굉장히 먼 팀이 된 것이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소속, 에인절스는 아메리칸리그 소속으로 1년에 상대할 기회가 몇 차례 없다.

그런 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에인절스의 홈구장이자, 자신이 6년간 홈구장으로 썼던 에인절스 스타디움을 방문했다. 이른바 ‘프리웨이 시리즈’로 불리는 두 팀의 에인절스 홈경기 2연전의 시작이었다. 오타니의 친정팀 방문에 당연히 언론의 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고, 오타니도 이날 옛 동료들과 경기 전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모처럼의 여유를 즐겼다. 이날은 평일임에도 에인절스 스타디움에는 총 4만4731명의 구름 관중이 모여들며 오타니를 맞이했다. 거리가 가깝기에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다저스 원정 팬들도 상당했다.

오타니는 이날 팀의 선발 리드오프로 출전했다. 지구 2위권인 애리조나·샌디에이고의 추격에 시달리고 있는 다저스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인 에인절스를 반드시 잡아야 했다. 이날 다저스는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키 베츠(우익수)-프레디 프리먼(1루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윌 스미스(포수)-토미 에드먼(중견수)-맥스 먼시(3루수)-미겔 로하스(유격수)-크리스 테일러(2루수) 순으로 타순을 짰다. 에인절스는 이날 테일러 워드(좌익수)-잭 네토(유격수)-놀란 사누엘(1루수)-앤서니 렌던(3루수)-미키 모니악(중견수)-로건 오하피(포수)-브랜든 드루리(2루수)-조 아델(우익수)-니코 카바다스(지명타자) 가 선발 출전했는데 상당수 선수들이 지난해 오타니와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이었다.

▲  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정규시즌 기준으로는 첫 에인절스 스타디움 나들이를 가졌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을 활약했으며, 이날 친정팀 팬들은 오타니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연합뉴스/AP통신
▲ 오타니는 4일(한국시간) 정규시즌 기준으로는 첫 에인절스 스타디움 나들이를 가졌다. 오타니는 에인절스에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을 활약했으며, 이날 친정팀 팬들은 오타니를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

다저스의 경기 첫 타자인 오타니가 1회 첫 타석에 들어서자 에인절스 스타디움의 많은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타니의 방문을 환영했다. 일부 팬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이날 경기 전부터 전광판에는 오타니가 에인절스에서 이뤄낸 업적을 쭉 나열하며 오타니의 친정 방문을 홍보했는데, 에인절스 구단은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이 특별 그래픽을 전광판에 띄웠다. 보통 원정 팀 선수에게 그런 대우를 해주지는 않는데, 오타니는 역시 특별했다. 그 그래픽에는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의 모습이 있었고, ‘오타니, 돌아온 것을 환영해(Welcome Back, SHOHEI OHTANI)’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오타니는 타석에 들어서자 지난해 동료였던 로건 오하피와 반가워하며 서로의 등을 두드려주는 훈훈한 장면을 보여줬다. 오타니는 시범경기 등에서 에인절스 동료들을 만난 적은 있지만, 정규시즌 에인절스 원정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일부 팬들은 오타니에 야유를 하기도 했다. 목소리가 크지는 않았지만, 야유를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에인절스에 남지 않고 다저스를 향해 떠난 오타니의 선택을 섭섭해 하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에인절스가 오타니와 연장 계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야유는 경기 초반 산발적으로 들렸으나 경기장 분위기 탓인지 어느새 잦아들었다. 대다수 에인절스 팬들은 오타니를 환영했고, 그 다음에는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1회 첫 타석에서 1루수 땅볼로 물러난 오타니는 두 번째 타석에서 장타를 터뜨렸다. 팀이 0-1로 뒤진 3회 다저스는 선두 미겔 로하스가 볼넷을 얻어 나갔다. 이어진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타니는 1B-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상대 선발 좌완 리트 디트머스의 6구째 커브를 받아쳐 1루수 키를 넘겨 우측 펜스 구석으로 향하는 타구를 날렸다. 커브가 가운데 몰렸다. 실투였는데 오타니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가 워낙 구석으로 갔고, 우익수가 이 공을 잡으려 달려가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여기에 타구 처리가 100%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로하스는 3루를 돌아 홈까지 달렸고, 오타니는 여유 있게 3루까지 들어가 동점 적시 3루타를 만들어냈다. 에인절스는 공이 펜스에 박혔다며 인정 2루타가 아니냐고 주장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3루타가 인정됐다. 오타니는 후속 타자 무키 베츠의 좌전 안타 때 홈을 밟아 득점까지 올렸다.

2-1로 앞선 5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바깥쪽 패스트볼에 서서 삼진을 당했다. 2-2로 맞선 8회 네 번째 타석에서도 역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오타니를 연이어 삼진으로 잡자 에인절스 팬들의 환호도 커졌고, 오타니를 삼진으로 잡은 호세 키하다는 좀처럼 보기 드문 세리머니로 팬들읜 눈길을 사로잡았다.

경기는 연장으로 흘렀고, 2-2로 맞선 연장 10회 다저스가 4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다저스는 연장 10회 승부치기 무사 2루서 맥스 먼시의 2루 땅볼로 1사 3루 기회를 이어 갔다. 여기서 미겔 로하스가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3-2의 리드를 잡았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당연히 에인절스 벤치는 고의4구를 지시했다. 1루가 비어 있다는 점, 상대 타자가 오타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에인절스 벤치로서는 예상됐고 또 당연한 지시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타니 뒤에도 역시 뛰어난 선수가 있었다. 역시 MVP 수상 경력이 있고 이날 적시타를 터뜨린 기억이 있는 무키 베츠가 버티고 있었다. 어쩌면 오타니를 거르고 자신을 선택한 것에 대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을지 몰랐던 베츠는 로안시 콘트레라스의 초구 86.9마일 몸쪽 슬라이더를 끌어당겨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쐐기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점수차는 6-2, 순식간에 4점차로 벌어졌고 에인절스를 이를 만회하지 못하면서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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