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국회만 없으면…” 김문수의 망발
국회가 없다면, 장관은 필요할까. ‘권력자 1인과 나머지’뿐인 나라가 되지 않겠는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4일 KBS 1라디오에서 “국회만 없으면 장관 할 만한 것 같다”고 또 한번 ‘황당 발언’을 했다. “인사청문하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또 “국회에 나오는 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어제, 그저께도 계속 (예산) 결산심사 때문에 국회에 나왔다”고 했다. 진행자의 ‘국회 경시 발언’ 우려에 김 장관은 “국회를 너무 중시해서 아주 무겁다”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결국 듣기 싫은 소리,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피하고 싶다는 것인데,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이다. ‘기사만 안 쓰면 기자도 할 만…’처럼 술자리 농담이면 몰라도, 국무위원 공개 발언으로는 몹시 부적절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항의를 우려해 민주화 이후 국회 개원식을 ‘패싱’한 첫 대통령이 된 것과 같은 ‘의식의 흐름’이다.
김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 내내 대통령의 ‘국무위원 임면권’ 의미를 따져묻게 했다. ‘반노동·극우’ 발언을 해온 그의 장관 기용은 노동부 존재 이유를 근본부터 훼손하는 인사였다. 그는 쌍용차 노동자를 “자살 특공대”라 부르고 “불법 파업엔 손배 폭탄이 특효약”이란 언행에 대해 성찰도 사과도 거부했다. 그래놓고 ‘인사청문회 때문에 힘들었다’고 엄살 부리니 청문회가 추대식이길 바랐던 것인가.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민 앞에 오른손을 들고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헌법 69조)라고 선서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장관도 당연히 그 선서에 구속된다. 정부(4장)에 앞서 입법부(3장)를 위치시키며 엄격한 삼권분립을 규정한 헌법 정신엔 국민 의사를 대의한 국회 존중 의무도 포함된다(62조).
여권의 4·13 총선 참패는 2년의 국정을 국민들로부터 평가받은 것이다. 그런 국회가 마음에 안 든다고 “국회만 없으면…”이라 토로하는 건 성찰·겸손·책임감 없는 윤석열 정부의 ‘3무’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국회를 아래로 보는 오만, 스스로를 돌아볼 줄 모르는 성찰 부재, 권한에 맞는 책임을 거추장스러워하는 태도다. 이런 장관·참모들이 늘어난다면, “윤석열 정부만 아니면…” 소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광호 논설위원 lubof@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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