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부터 멈춰” 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800톤, 포카 뽑기 그만! 글로벌 팬덤 사옥 앞 시위

박효실 2024. 9. 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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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케이팝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후 운동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이하 K4P) 캠페이너들이 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하이브 본사 앞에서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Plastic Album Sins)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 K4P


[스포츠서울 | 박효실 기자] 다국적 케이팝(K-POP) 팬들이 플라스틱 앨범의 다량 구매를 유도하는 엔터테인먼트사의 마케팅에 경종을 울리는 캠페인을 벌였다.

4일 지속 가능한 케이팝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후 운동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이하 K4P)은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하이브 본사 앞에서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Plastic Album Sins)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서 K4P는 지난 8월 국내외 케이팝 팬 1만2000여 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K4P는 공식계정을 통해 ‘재활용도 안 되는 플라스틱 앨범을 중복구매해서 ‘지구야 미안해’라고 느껴본 적 있다면 주목!!! 나의 팬심 악용하는 하이브의 최악의 상술에 투표해주세요’라는 설문을 진행했고, 팬들은 앨범을 많이 구매할수록 팬 사인회 참여 확률이 높아지는 마케팅(42.8%)을 하이브의 가장 악질적인 상술로 꼽았다.

K4P는 “이러한 악성 마케팅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라며 하이브 본사 앞에서 줄에 묶여 조종당하던 꼭두각시가 줄을 끊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2021년 11월 ‘2021 아메리칸뮤직어워즈(AMA)’ 무대에서 방탄소년단이 ‘버터’를 선보였다. 사진 | 연합뉴스


뉴진스. 사진 | 어도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사진 | 빅히트 뮤직


하이브를 비롯한 엔터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앨범 판매량을 늘리고 있다. 표지만 바꾼 다른 버전의 앨범을 출시하거나 앨범 속에 포토카드를 무작위로 넣어서 원하는 포토카드가 나올 때까지 앨범 구매를 유도하는 ‘랜덤 포토카드’, 앨범을 많이 살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팬 사인회 응모권’ 등은 국내외 언론을 통해 비판적으로 다뤄졌으나 바뀐 것은 없다.

K4P 지난 3월 ‘케이팝 팬들이 한 번에 5장 이상의 많은 앨범을 구매하는 이유는?’이라는 설문조사로 팬들에게 직접 다량 구매 이유를 묻기도 했다. 총 1만4000여명의 팬이 참여한 조사에서 팬들은 ‘포토카드 수집을 위해’(36.5%), ‘팬 사인회 참석 기회를 높이기 위해’(27.7%)라고 답했다.

하이브 소속 그룹의 팬이라는 한 대학생(23)은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똑같은 앨범을 백 장 넘게 구매해 집에 상자째로 쌓아 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도 케이팝 앨범 판매량은 급증하고 있다. 2014년 737만 장에 불과했던 400위권 앨범 판매량(서클차트 기준)은 지난해 1억 1577만 장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엔터사들의 플라스틱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엔터사들이 CD, 포토카드, 포장 비닐 등의 제작에 사용한 플라스틱 양은 801.5톤에 달하며, 이는 2017년의 55.8톤 대비 14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친환경 인증 종이와 생분해 소재 사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마케팅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대량으로 구매한 앨범은 폐기물로 전락하며 환경 오염 문제로 이어진다.

CD는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로 제작하며, 포장에 사용되는 PVC는 재활용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을 발생한다. 게다가 이를 처리할 시설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해외에서도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카네기멜런대 한국학 객원교수인 마티유 베를비기(Mathieu Berbiguier)는 “엔터사들이 내세우는 친환경 노력은 팬들의 진정한 요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팬 사인회 이벤트 방식과 포토카드 수집 시스템을 바꿔 쓰레기 발생을 줄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케이팝을 추구하는 글로벌 기후 운동 단체 케이팝포플래닛(이하 K4P) 캠페이너들이 4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하이브 본사 앞에서 ‘플라스틱 앨범의 죄악’(Plastic Album Sins)을 주제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사진 | K4P


또한, 지속가능한 음악산업을 위한 NGO 뮤직 서스테이너빌리티 얼라이언스(Music Sustainability Alliance)의 커트 랭어(Kurt Langer) 이사는 “해외에서도 케이팝 마케팅을 모방하며 더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케이팝이 친환경적인 변화를 선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K4P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팬덤을 보유한 K팝 대표 기업 하이브가 그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이브는 2023년 기준 총 4360만장(써클차트 기준) 이상의 앨범을 판매하며 케이팝 업계를 선도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월 국내 엔터사 최초로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된 하이브는 친환경 비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플라스틱 사용량이 2022~2023년 사이 77.9% 증가했다. 또 한국ESG기준원(KCGS)이 4대 엔터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지속가능 경영보고서에서도 환경 부문 최하위를 기록했다.

K4P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하이브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유발하는 마케팅 중단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으며, 하이브가 케이팝 업계를 이끄는 책임감을 보여주기를 촉구했다.

K4P의 이다연 캠페이너는 “팬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케이팝 산업은 없었다. 하이브가 우리의 요구에 답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하이브는 공개서한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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