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보다 무서운 ‘이복현의 입’…실수요자 “불안 불안”

이주빈 기자 2024. 9.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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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케이비(KB)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부채 관련 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열고 "몇 달 뒤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서 미리 상담했는데 이후 대출 한도 등이 줄어들게 되면 문제라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가계대출 증가 관리가 늦어지더라도 무주택자를 비롯한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을 안 주는 쪽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원장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 불안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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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 계약했는데 자금조달계획 다 어그러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케이비(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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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 마디에 은행 대출 정책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내일은 또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불안해요.”

지난 2일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ㄱ씨는 은행 대출 담당자로부터 이같은 말을 들었다고 했다. 살던 전셋집이 팔리면서 10월에 집을 비우게 된 ㄱ씨는 지난 7월11일 은행에서 대출 한도와 금리(3.3%)를 확인하고 이틀 뒤 새집을 매입했다. ㄱ씨는 “은행에서 잔금일(10월21일) 한 달 전부터 주담대 신청이 가능하다고 해서 신청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9월2일)에 금리가 0.4%포인트 오르더니, 은행이 자체 디에스알(DSR)을 강화하면서 대출 가능 한도가 2천만원 축소됐다”고 말했다. 가산금리 인상으로 ㄱ씨가 부담해야 할 이자도 한 달에 15~20만원 정도 뛰었다고 한다.

금감원이 가계대출을 잡으라며 은행권을 때리자 주택 관련 대출 문턱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ㄱ씨 같은 주택 실수요자들이 “대출 정책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탓에 자금조달계획이 다 어그러졌다”고 호소하자, 이 원장은 은행권에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이 원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케이비(KB)국민은행 본점에서 ‘가계부채 관련 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열고 “몇 달 뒤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서 미리 상담했는데 이후 대출 한도 등이 줄어들게 되면 문제라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가계대출 증가 관리가 늦어지더라도 무주택자를 비롯한 실수요자에게는 부담을 안 주는 쪽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 계약한 건에 대해서는 기존 정책대로 대출할 것을 검토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이런 혼란은 금융당국의 정책 혼선에 기인한 바 크다. 금융당국은 당초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SR·디에스알) 2단계 적용을 두 달 미루면서 대출 막차 수요를 키웠다. 그러나 7~8월 가계부채가 주담대를 중심으로 ‘역대급’ 상승세를 이어가자, 다시 은행권에 대출을 죄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은행권은 가산금리 조정으로 20차례에 걸쳐 대출금리를 올렸다. 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불만이 커지자, 이복현 원장은 “금리인상은 너무 쉬운 방식”이라고 은행권을 때렸고, 이에 은행권은 다시 유주택자 주담대 금지 등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이제 대출 문턱이 너무 높아졌다는 불만이 나오자, “실수요자를 세심하게 관리하라”며 진화에 나선 셈이다.

이날 이 원장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 불안은 여전하다. 내년 초 결혼 예정으로 지난 7월 말 집을 계약한 ㄴ씨는 “10월 말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몰라 혼란스럽다”며 “몇달을 계획하고 노력해서 집을 장만했다고 좋아했는데 이런 시련이 있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ㄴ씨는 보험사에서 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삼성생명이 기존 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담대를 제한하겠다고 밝히는 등 제2금융권도 대출 조이기에 동참하는 추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별로 주담대, 전세대출 등 대출 포트폴리오가 다르다 보니 가계대출 감축 방식이 은행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은행마다 조건이 달라 더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은 “금융당국이 자주 말을 바꾸다 보면, 소비자에게 곧 정책이 바뀔 거라는 인식을 줘서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은행들이 자체 디에스알 운용 등을 통해 대출을 관리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금융당국이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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