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규제과학은 내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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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신 식품의약품안전청 공무원이던 나는 당시 처음으로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이라는 용어를 접했다.
식약처가 설립을 허가한 재단법인 한국규제과학센터가 2022년 4월부터 우리나라의 규제과학 분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난해 8월 식약처가 '식품·의약품 등의 안전 및 제품화 지원에 관한 규제과학혁신법'을 개정하면서 국내 규제과학의 발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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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전신 식품의약품안전청 공무원이던 나는 당시 처음으로 '규제과학(Regulatory Science)'이라는 용어를 접했다. 식약처 소속 기관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기능이 유사한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도미나가 박사의 논문을 통해서다. 한일 간 국제 협력 업무를 하며 수차례 만나 임상시험, 규제 시스템 등 많은 토론을 해온 그는 그간 나눈 이야기들을 규제과학이란 개념으로 잘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과학기술 발전 속도가 눈부시게 빠른 오늘날 규제과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가슴이 뛰었다.
규제과학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의약품, 식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은 인체에 사용하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 이런 제품들은 우리 몸에 안전한지, 효과적인지, 품질이 우수한지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소비자나 환자들을 만날 수 있다. 식약처나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청(EMA)이 수행하는 모든 허가 심사 업무의 근간에 규제과학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다양한 기술이 융복합되는 오늘날은 규제과학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규제 대상 제품의 허가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의사결정을 하려면 과학적으로 더 고도화된 규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찍부터 규제과학의 중요성에 주목해온 미국, 유럽 등은 2010년대 초부터 규제과학의 개념을 정의하고, 중점 연구 분야를 선정해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팬데믹은 규제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계기였다.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백신 개발과 허가 과정이 불과 11개월로 단축된 것은 결국 규제과학이 재빠르게 작동한 결과다. 초스피드로 백신 개발에 성공한 해외 국가들의 저력은 결국 한발 앞서 규제과학을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규제과학에 관한 관심과 투자가 커지고 있다. 식약처가 설립을 허가한 재단법인 한국규제과학센터가 2022년 4월부터 우리나라의 규제과학 분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지난해 8월 식약처가 '식품·의약품 등의 안전 및 제품화 지원에 관한 규제과학혁신법'을 개정하면서 국내 규제과학의 발전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우리도 규제과학의 가능성과 가치를 인식하고 정부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이오헬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고령화 시대에 필수적인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는다. 규제과학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헬스 혁신제품의 신속한 제품화, 안전관리 체계 강화,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한국규제과학센터장으로서 우리나라의 규제과학 전반에 대해 살펴보고 하나씩 실천하고자 고민하는 지금도 10여 년 전 규제과학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을 때의 설렘이 여전하다. 규제과학이 잘 작동하는 규제 시스템 속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이 성장해갈 미래를 꿈꾸며 30여 년간의 공직생활 끝에 여전히 규제과학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결국 '규제과학은 내 운명'이 아니었나 싶다.
[박인숙 한국규제과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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