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한식 없는 말레이 마트 상상도 못하죠"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2024. 9. 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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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한상 이마태오 KMT그룹 회장
현지 근무 부친따라 이주해
청년때 무역업체 세워 첫발
할랄 인증으로 한식 대중화
국왕에게 백작 작위도 받아
'전국 공급' 목표 거의 이뤄
수입 넘어 자체상품 생산도
리테일·외식·뷰티로 확장중

"이미 말레이시아 마트 중엔 한국 식품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식품을 넘어 한국 식문화를 말레이시아 전역에 소개하는 게 목표입니다."

말레이시아 국영기업에 근무하는 부친을 따라 이주한 이마태오 KMT그룹 회장(56)은 30년 전 현지에서 무역 업체를 차리고 사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초창기 다양한 상품군을 다루며 시장을 탐색하던 그는 한국 식품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KMT그룹을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식품을 가장 많이 공급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직원 수는 250여 명, 연간 매출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이 회장은 식품 무역에 집중한 이유를 묻자 "경기가 나쁘고 살림이 팍팍해도 식품 소비는 크게 변동하지 않는다"며 "말레이시아에서 한국 식품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면 꾸준히 팔릴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덜하고, 타국의 음식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고 이 회장은 말한다. "영어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선 사람들이 무리 없이 CNN 뉴스를 시청해요. 문화적 수준이 높고 일찍이 개방을 해서 문화 수용성도 높죠. 한국 식품에 관한 관심도 인근 국가들보다 일찍 시작됐습니다."

KMT그룹이 말레이시아에서 크게 성장한 결정적 계기는 할랄 인증이었다. 그는 "과거엔 말레이시아 할랄 인증 업체들이 난립했다"며 "2000년대 초반 말레이시아 정부가 직속 인증기관으로 통합하는 것을 보고 할랄 인증의 중요성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할랄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인식 수준은 낮았다. 이 회장은 "국내 기업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꺼내면 할랄이 뭐냐고 되묻는 게 99%였다"며 "기회만 되면 국내 식품 기업과 KOTRA,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을 상대로 할랄 인증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다녔다"고 회상했다.

전환점은 한국 정부가 할랄식품 육성에 힘을 쏟기 시작한 2015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때 할랄식품에 대해 강조했어요. 이후엔 대기업들까지 할랄 인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관련 문의가 폭증했죠. 그때부턴 만사 제쳐두고 국내 기업의 할랄 인증을 도왔습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이 회장은 2020년 말레이시아 국왕으로부터 백작(DATUK·다툭) 작위를 받았다. 그는 "전 세계 19억명에 달하는 할랄 인구를 공략하기 위한 할랄 인증은 이제 글로벌 식품 기업엔 필수가 됐다"며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한 공로를 국왕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식품의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이 회장의 전략은 들어맞았다. 이제 말레이시아에서는 '코리아 프리미엄'이 생겼다고 그는 말한다. "한국 가수, 드라마는 물론 한국 식품에 관한 관심이 정말 높아졌어요. 현지 소비자들은 단순히 식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한국 과자' '한국 라면'을 소비하며 만족감을 느끼죠."

그는 말레이시아에 보다 한국적인 제품을 공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수출을 추진하는 국내 식품 업체들을 만나면 상품명을 등록할 때 '코리안'이라는 표현을 꼭 붙이라고 조언해요. 포장지에도 'Gim'이나 'Gochujang' 등 한국어 표현을 그대로 사용하게 하죠."

KMT그룹의 목표는 종합 식품·외식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한국 식품을 전국 모든 네트워크에 유통시키겠다는 목표를 거의 달성했다"며 "요즘 말레이시아에 새로 생기는 마트는 다 저희에게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무역뿐 아니라 자체 상품도 만들고 있고 리테일과 외식 사업, 뷰티까지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KMT그룹은 종합 식품·외식 업체로서 말레이시아의 한식 열풍을 이어나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박재영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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