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같은 계엄설…국회패싱·의원체포·계엄유지 3不 상태
실제 계엄 땐 국회 즉시 통고·소집…151석으로 해제 가능
계엄 중에도 의원 불체포특권 상존…41석↑ 체포 비현실적
전시·사변이 계엄 전제, 마지막 계기는 대통령 시해사건
'이재명 2기 지도부' 단일대오를 이룬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겨냥한 '계엄 준비설'을 꺼낸 지 2주가 경과했지만, 실체적 근거 부재로 '역풍'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현재의 극단적 여소야대 지형, 헌법과 법률을 보면 기습적인 계엄 선포도, 유지도 불가능하단 해석이 가능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앞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회담에서 "계엄 이야기가 자꾸 이야기되고 있다"며 "종전에 만들어진 계엄안을 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 완벽한 독재 국가 아니냐"고 공개 발언했다. 그러나 4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은 윤 대통령을 "반(反)헌법적"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계엄 준비설' 없이 기존의 '친일 프레임' 공세를 이어가는 데 그쳤다.
민주당은 지난달 21일부터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반국가세력'을 겨냥한 윤 대통령 발언, 대통령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내정을 두고 "정권 흐름의 핵심은 국지전과 북풍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란 게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했었다. 뒤이어 이달 1일 이 대표는 '국회의원 체포·구금'을 거론했다. 2일 국방장관 인사청문회 민주당 위원들은 윤 대통령과 국군방첩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이 충암고 동문이라며 "충암파", 나아가 "계엄령을 위한 친정체제 구축"으로 몰아세웠다.
민주당 친명(親이재명)계에선 계엄 준비의 구체적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 게 아니라며 "야당에서 '그냥' 그런 위험성을 경고한 거"라고 대응 수위를 낮춘 상태다. 박 원내대표의 연설도 '계엄설' 언급 없이 이뤄지자 국민의힘에선 "그나마 실체없는 계엄령을 언급하지 않은 건 평가할 만하다"고 비꼬았다. 이 대표는 여야 대표회담 이후 계엄설 언급을 멈췄고 '의료대란 우려'로 공세에 합류했다. 김 수석최고위원만이 이날 김어준씨 유튜브에 출연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겨냥한 '생중계 토론' 역제안을 던졌다.
기습 계엄은 실현될 수 있을까. 헌법 제77조 4항을 보면 대통령은 계엄 선포 시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 계엄법 4조 2항은 '국회가 폐회 중일 때에는 대통령은 지체없이 국회에 집회(集會·회기 소집)를 요구'하도록 뒷받침한다. 헌법 77조 5항은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한 때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계엄법 11조 1항은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공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국회 300석 중 단독 170석인 민주당에 계엄 해제권이 상존하는 셈.
야당 의원들을 체포·구금해 계엄 해제를 차단할 수 있을까. 이 대표가 언급한 이른바 '계엄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 시민단체 제보 진위 논란과 더불어 '내란음모 기소 제로(0)'로 마무리된 기무사(방첩사 전신) 문건 사건에 기인했다. 계엄법 13조는 헌법 44조의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준용해, '계엄 시행 중'이어도 현행범이 아닌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범야권만 192석으로 체포·구금 대상이 적어도 41석을 넘어 현실성이 떨어진다. 여당 108석조차 계엄 선포를 맹종할 가능성이 낮다.
현행 계엄법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사태 약 1년 뒤인 1981년 4월17일 한차례 전부개정 사례가 있다. 당시 개정 이유엔 "계엄을 선포한 경우에 종전에는 '비상계엄'에 한해 국회에 통고하던 것을 '경비계엄'의 경우에도 이를 통고하게" 하고, "비상계엄지역에서 작전상 부득이한 경우에 국민의 재산을 파괴한 경우엔 정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부터 선포된 비상계엄은 1980년 광주 5·18 진압에도 적용됐고, 1981년 1월25일 0시부로 해제된 바 있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요건으로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이뤄질 수 있다. 그 중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사법 기능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군사상 필요'가 전제되면 선포할 수 있다. 경비계엄은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선포할 수 있다. 김 수석최고위원이 거론한 '북풍 계엄'은 사실상 북한군의 침략에 따른 교전·전면전을 전제해 현 정부의 자의성에 좌우될 여지가 희박해 보인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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