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서 살아남은 유일한 K핀테크···구글 출신들도 지원” [스케일업 리포트]
데이터 분석·머신러닝 기술 활용
설립초 독자 신용평가시스템 구축
4년간 매출 성장률 904% 달해
현금거래 많고 대출 잠재력도 커
중산층 투자상품 개발에 주안점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
“핀테크 업체는 결국 데이터와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인도 최고의 인재들과 함께 데이터 분석 역량을 끌어올린 결과 소액 대출을 넘어 금융 종합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철원(사진)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4일 인도 핀테크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14년 설립된 밸런스히어로는 인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국 핀테크 회사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인 845억 원과 영업이익 16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각각 21.7%, 49.5% 증가한 수치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 성장률은 904%에 이른다.
이 대표는 "인도에서 소액대출을 취급하는 서비스 회사 중 상위권 업체로 안착했다"면서 "디지털 사업 특성상 매출 성장세에 비해 오프라인, 인건비 등 비용 지출 증가는 제한적인 만큼 이익률은 앞으로 개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수익성 증대를 자신했다.
한국인에게 낯선 인도에서 창업을 시작한 배경에 대해서는 "시장 크기와 성장 속도, 경쟁 규모를 고려했을 때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할 만한 충분한 시장이 갖춰졌는지, 그 안에서 얼마나 빨리 성장할 수 있는지,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은 아닌지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2016년 금융 서비스 앱 '트루밸런스'를 출시하며 인도 시장에 본격 진출한 밸런스히어로는 초기에는 선불제 통신료 충전 서비스와 공과금 결제를 제공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13억 인도인 중 11억 명이 모바일 선불제를 사용하고, 이들은 한 달에 3~4번 정도 충전한다"면서 "잔액 조회 서비스가 담긴 모바일앱 '트루밸런스'를 먼저 출시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후 트루밸런스의 사용자수와 월간활성화사용자(MAU) 등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데이터가 쌓였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ML) 기술을 적용한 결과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ACS는 이용자의 앱 사용기록, 위치 정보, 스마트폰 기기 정보, 연락 기록 등을 폭넓게 활용하는 게 특징이다.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 분석 기술도 밸런스히어로만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인도에서는 기술이나 노하우가 없어 분석 대상이 아니었던 SMS를 활용해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만든 것. 현지에서 대부분 금융 거래 정보가 SMS에 쌓이는 점에 주목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 밸런스히어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소액 신용 금융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밸런스히어로의 핵심 고객은 8~10억 명 규모의 중산층이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신용 이력이 없거나 신용 점수가 낮아 중산층이 온라인에서 소액 금융 서비스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밸런스히어로의 신용 평가 모델을 활용하면 불과 몇분 이내에 상품을 매칭해주고, 회사 입장에서도 연체율이 크게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디지털 금융 거래를 하지 않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12억 명 중 최상위와 최하위 2억 명 정도를 제외한 10억 명 정도가 타깃 고객"이라고 덧붙였다.
◇인도 핀테크는 이제부터 시작=인도 현지 출신의 풍부한 인재풀도 회사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인도의 MIT로 불리는 인도공과대학(IIT) 출신이 전체 기술인력의 2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이 대표는 “지난해 입사한 히만슈 자기(Himanshu Jaggi)의 경우 메타(전 페이스북), 페이팔, 구글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지고 데이터 전략 담당을 맡고 있으며, IIT만큼이나 경쟁력 있는 인도 델리 통계 대학교(ISI)를 졸업하고 아멕스(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에서 데이터 사이언스 직무로 역량을 입증한 사야탄 고시(Sayatan Ghosh) 등 현지에서 내로라 하는 인력들이 현재 밸런스히어로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인도 핀테크 시장의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진단했다. 개인신용대출이 여전히 전체 GDP의 3분의 1에 불과한 만큼 이제 막 꽃을 피운 디지털 대출 시장은 백배 이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대출 영역이 경제 성장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렌딩테크(LendingTech)가 금융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자산관리나 투자 영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도 핀테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앞으로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인도는 대부분 현금으로 거래하고, 대출 등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서 기존에 없던 시장을 추가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인도의 중산층이 더 나은 금융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소액 대출을 기반으로 중산층을 위한 각종 투자 상품과 바이크 보험 등 현지화 상품 등이 대표적인 예다.
마지막으로 이 대표는 "’인도인의 경제적 삶을 송두리째 바꾸겠다’는 목표를 갖고 회사를 만들었다. 지금도 이 목표는 변함없다"며 “앞으로는 인도네시아 등 다른 개발도상국의 금융 소외계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밸런스히어로는 2020년 네이버·IMM인베스트먼트·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3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장병규 크래프톤(259960) 의장이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됐다. 장 의장은 밸런스히어로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300억 원 규모 투자를 추가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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