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원장, 1주택자 전세대출 중단에 “과한 대책” 비판···은행권 “가이드라인 필요”

김지혜 기자 2024. 9. 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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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들이 앞다퉈 내놓은 가계대출 억제 조치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일률적이고 기계적으로 대출을 제한하는 것은 실수요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하며 실수요자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에서는 “지금 필요한 건 질책이 아닌 일관된 가이드라인”이라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가운데)이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신관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갭투자 등 투기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금융권에 당부했다. 특히 각 은행들이 대출 억제 조치를 내놓기 전 대출을 신청했거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 신뢰 보호 차원에서 예외 인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1주택자 전세대출 제한 등 은행권이 최근 내놓은 가계대출 억제 조치들을 두고 “과한 대책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금융당국과 공감대를 형성한 대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이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상을 공개 비판한 후 쏟아져 나온 대출한도 제한 조치들이 실수요자 피해를 낳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9조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 원장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은 상황에선 0.5~1%포인트 인상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꺾기 힘들다”면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으로는 관리가 어려운 수준이라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전 빠른 시일 내에 은행장 간담회 등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 대책을 논의하겠다”며 “은행마다 상품 운영이 들쭉날쭉한데 자체적으로 기준을 맞춰야 한다”고도 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질책과 주문만 쏟아낼 뿐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내놓지 않는다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2021년 가계대출 총량제 때는 적어도 은행과 당국이 함께 논의해 필요한 정책을 논의했다면 현재는 그런 테이블조차 만들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이미 각 은행들이 대출 제한 조치를 내놓은 상황에서 실수요자를 위한 예외 인정을 확대하면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의혹이 불거진 우리금융·은행에 대한 작심 비판도 내놨다. 이 원장은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우리금융지주가 발본색원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현 경영진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동양생명보험·ABL생명보험 인수 등 최근 본격화된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 확장에 대해서도 “보험사 인수에 어떤 리스크 요인이 있는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과 소통이 없었다”면서 “현재 문제가 된 리스크 등의 요인이 있어 정기검사를 당겨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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