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를 바라보는 SPC의 두 개 시선…“노-노 갈등 유도 가능한가”
“회사 입장 전달 대신 연결해 주겠다” 가이드라인
“기자들이 회사 입장을 물어볼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는 ‘회사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고 교섭대표 노조가 있는데 거기로 연락해보라’고 하는 게 어때? 그렇게 할 수 있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가 4일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탈퇴 종용’ 사건의 8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백모 SPC 커뮤니케이션실 홍보 전무가 SPC그룹 내 한국노총 소속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전진욱 노조위원장과 2021년 4월13일 나눈 통화내용이 법정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 통화는 그룹 내 다른 노조인 민주노총 소속 파리바게뜨지회 노조 조합원들이 사측의 ‘미흡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비판하면서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한 내용이었다. 사측이 피비파트너즈 노조를 회사 대신 앞세워 비판 여론에 대응하는 것을 논의한 통화였다.
백 전무는 통화에서 “예를 들어 내가 기자면 ‘한노(한국노총) 안 왔는데 민노(민주노총) 주장이 뭔지 어떻게 아세요?’ 하면 뭐라고 할 거야?”라고 물었다. 그러자 전 위원장은 “‘민노총 SNS 채널에서 접하고 홍보물을 접해서 봤다’고 얘기해야죠. 그간 뿌리고 다닌 게 있었으니까”라고 답했다. 이어 백 전무가 “민노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 위원장이 발표한 ‘사회적 합의 안 지켰다는 입장문’에 대한 당사자 입장이 뭐냐고 물어보면?”이라고 묻자 전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는 노동환경과 관련된 건데 교섭노조도 3년간 환경 개선을 해왔고 결실이 있다고 하고…”라고 했다. 이후 백 전무는 파리바게뜨지회 노조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전 위원장 명의의 입장문’을 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이 입장문은 전 위원장과 통화하기 전 사측에서 미리 만들어둔 것이었다.
이날 공판에서 백 전무는 “필요에 의해 피비파트너즈 노조 도움을 받은 건 인정한다”고 말했다.
백 전무가 SPC 커뮤니케이션실에 “노-노 갈등 앵글(틀)로 유도가 가능한지”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전달한 사실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황재복 SPC 대표이사에게는 “민(주)노(총) 고립전략을 최후의 선택으로 준비해두겠습니다”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에 대해 백 전무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다만 백 전무는 “다수 노조 입장을 반영해 보도하면 균형 있는 보도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보도 이후에도 복수노조 앞세워 대응
SPC가 피비파트너즈 노조를 앞세운 건 이뿐만이 아니었다. 검찰에 의해 기소된 사측의 ‘노조 탈퇴 종용’ 혐의, 제빵기사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 잡음이 일었던 사회적 합의 이행 등을 지적한 언론 보도에 대해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반박 입장문이나 인터뷰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2021년 6월 전직 피비파트너즈 노조의 폭로로 사측의 노조 탈퇴 종용 문제를 다룬 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대한 대응도 이에 포함됐다.
경향신문 보도 이후 사측은 긴급회의를 열었는데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국노총이나 피비파트너즈 노조 버전의 입장문을 발표하는 것이 거론됐다. 이후 SPC 커뮤니케이션실은 한국노총과 피비노조 입장을 작성하고, 이를 노사 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에게서 검토받기도 했다. “노-노 갈등을 만들려는 의도였는가”라는 검사의 질의에 백 전무는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노총은 기자회견을 열었고 전 위원장도 이 같은 취지의 내용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SPC에는 2017년 7월 사측의 불법파견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같은해 12월 사측 지원으로 세워진 피비파트너즈 노조가 있다. 피비파트너즈 노조는 2019년 한국노총 전국식품 산업노동조합연맹에 가입했다. SPC 재판은 허영인 회장이 민주노총 소속 노조 탈퇴 종용을 직접 지시했는지가 핵심 쟁점인데, 여기서 회사가 한국노총 소속 노조를 끌어들였는지도 주요하게 다투는 지점이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106301654011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8201611001#c2b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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