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尹 대통령 ‘8·15 통일 독트린’, 김정은‘적대적 2개 국가론’에 대한 확실한 대안”

정충신 기자 2024. 9. 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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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백 민주평통 전문위원, 8·15통일 독트린 의미 평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이 목표, 통일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 주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며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저마다 조금씩 생각이 갈리겠지만 많은 사람이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링컨이 이토록 존경받는 인물이 된 까닭이 어디에 있을까. 대개는 그의 노예해방을 떠올린다. 틀린 생각이 아니다. 하지만 링컨이 가장 존경받는 것은 노예해방보다 그가 지금의 미국이 있게 했다는 점이다. 연방주의자였던 그는 분리독립주의자들과 강력히 맞서 갈라지는 미국을 하나로 묶었다. 그가 지금의 연방 국가 미국을 지켜냈던 것이다.

이번 8·15 경축사에 나타난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 독트린’을 두고 말들이 많다. 물론 그것의 적실성을 따져보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통일을 하겠다면 분명한 태도와 언명이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먼저 말을 하자면 ‘8·15 통일 독트린’은 21세기 대한민국의 통일 비전을 분명히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실효성 면에서도 그 어느 정부 때보다 명확하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은 통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독트린은 짧게는 김정은의 ‘2국가론’에 대한 대응이고, 길게는 한반도에서 영구 분단을 막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하자는 강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방한 것이다. 통일로 가는 여정에서 북한이라는 실체이자 당사자를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지만, 이제는 그것이 꼭 당국일 필요는 없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독트린’이란 한 국가의 중요한 외교정책 원칙을 선포할 때 쓰인다. 이번 3·3·7로 얘기되는 독트린은 몇 가지 점에서 메시지가 선명하다. 첫째, 통일 독트린을 듣는 대상에게 각자가 할 일을 분명히 제시했다. 국내에는 자유 통일 추진을 위한 가치관 확립과 역량 배양을 주문했다. 북한에게는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희망을 이어가라는 것이고,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이제 대한민국의 국격에 맞게 자유 통일을 지지해달라는 것이다.

둘째, 궁극적으로 도달할 통일의 모습과 그 주체를 분명히 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이 목표이고, 그런 통일의 주체는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 주민이라는 것이다. 그간 통일이라는 말이 주는 당위에 현혹돼 어떤 형식으로든 통일만 되면 된다는 이상향적 통일관이 불투명하게 거론돼 왔다. 하지만 통일은 분명 이 한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주민들이 인간 보편적 가치로서 누려야 하는 자유와 평화는 물론 번영으로 나아가 함께 잘사는 일이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굳이 통일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셋째, 북한의 김정은이 내세운 ‘적대적 2개 국가론’에 대한 확실한 대안이자 반박이다. 김정은은 2개 국가론을 통해 통일과 관련한 일체의 것들을 지우고 한반도에서 영구히 두 개의 국가로 가자고 하지만 그건 북한 주민들을 위한 것도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민족의 번영을 위한 것도 아닌 오로지 김씨 왕조 체제 유지와 4대 세습을 통한 정권 유지를 위한 것에 다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이 땅의 자유 통일이라고 하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지는 것을 한사코 막아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선언한 것이다.

이번 ‘8·15 통일 독트린’은 30년 전 김영삼 정부에서 발표했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보완하는 성격이 짙다. 그러나 지난 30년 사이에 국제정세나 대한민국의 국력이 크게 변했다. 북한이 ‘적대적 2국가론’을 선언하는 동안 대한민국은 군사력 세계 5위, 경제력 세계 10위권, 거기에 더해서 대한민국의 문화가 세계 곳곳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이제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한류를 만날 수 있는 힘 있는 나라로 성장했다.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체제 경쟁적이거나 북한의 눈치나 보고 끌려다니는 시시콜콜한 통일 방안을 두고 갑론을박할 수준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기고자인 유영백 민주평통 전문위원. 유영백 위원 제공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자유통일이 삶을 개선할 유일한 길임을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깨닫고 통일 대한민국이 자신들을 포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면, 이들이 자유 통일의 강력한 우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워딩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북한 주민이 ‘깨달아야’ 하고, ‘믿어야’ 한다. 북한 주민 스스로의 변화를 통한 통일로 나아감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북한 주민들의 의사가 철저히 반영되는 통일은 결코 힘에 의한 현상 변화를 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8·15 독트린을 두고 항간에 얘기되는 흡수통일이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북한 주민들이 정보접근권을 통해 자신들이 보고 듣고 말하면서 어떤 통일을 할 것인지를 판단하라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라면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 평정"을 공언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식 흡수통일이다. ‘8·15 통일 독트린’은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다. 일부 언론들은 북한 당국과의 관계에서 대화를 이끌 방법이 없는 구상이라고 하지만, 이미 북한 당국과는 대화라는 것 자체가 의미 없으며, 그들은 통일에 대한 의지 자체가 없다. 북한 당국을 대화로 유인하겠다는 발상은 이제 필요치 않아 보인다.

국제사회를 향한 끊임없는 통일에 대한 의지 표명과 제의는 북한에 심각한 변화가 일어났을 때 중국을 비롯한 외세의 개입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누가 뭐래도 한반도는 우리 민족의 땅이고, 남북한은 하나의 민족이고 한 나라임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리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8·15 독트린에 대해 북한이 일시적으로 반발할지는 몰라도 북한 내부의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고서는, 그리고 김정은 김씨 왕가의 볼모로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결단 없이는 통일은 요원하다.

정리=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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