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산 애니 캐릭터 ‘티니핑’ 인기에 협업 식품업계 ‘오픈런’
시즌4까지 나온 후 극장판도 흥행
커피·햄버거 등 컬래버 제품 품절 대란
“다섯 번 방문 만에 드디어 구매했다. 조카가 티니핑을 좋아해서 출근할 때마다 카페 MD 매대부터 훑어봤는데, 6개나 있는 걸 보고 속으로 ‘심 봤다’고 외쳤다.”
4일 오전 8시 30분 서울 강남구의 한 메가커피 매장. 직장인 김희수(27)씨는 “매번 빈 매대만 보다가 피규어 박스가 있는 걸 보니 ‘오픈런’을 한 보람이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날 카페에 남아 있는 피규어 6개를 모두 구입했다.
식품업계에 ‘티니핑 컬래버(협업) 열풍’이 불고 있다. 티니핑은 알파세대(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인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의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완구·가구 시장에 이어 식품·음료 시장까지 점령하고 나섰다. 티니핑 협업 제품부터 한정판 굿즈 등을 구매하기 위한 품절 대란까지 일어나는 모양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티니핑과 연계한 제품·굿즈 등을 선보인 곳은 10곳 정도다. 티니핑 시리즈 제작사 SAMG 엔터테인먼트와 IP(지식재산권) 계약을 맺고 협업해 제품을 출시한 곳부터 협업은 아니지만 티니핑 피규어를 함께 판매하는 곳까지 모두 합친 숫자다. 이들 업체들은 모두 티니핑 인기에 힘입어 매출을 올렸다.
대표적인 곳이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다. ‘사랑의 하츄핑’ 랜덤피규어 6종은 출시 첫날인 지난달 7일 예상치보다 2배 이상 판매됐다. 협업을 시작한 첫 주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했다. 티니핑 피규어를 사기 위해 매장을 찾은 부모들이 음료를 주문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메가커피 관계자는 “온라인스토어에서는 준비된 물량이 하루 만에 동나는 바람에 추가 물량을 급히 준비하기도 했다”며 “하츄핑 굿즈는 물량이 소진될 때까지 판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맘스터치 매장은 밀려드는 주문에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이 품절 상태가 되기도 했다. 아르바이트생 정유연(22)씨는 “3주 전에 첫 출시했을 때에는 지금보다 2~3배 정도 더 많이 주문했다”고 말했다. 포장 주문한 40대 고객 박 모씨는 “애들이 좋아하는 티니핑 인형도 챙기면서 햄버거로 한 끼 식사도 가능하니까 종종 사 먹는다”고 했다.
빙그레에서 선보인 티니핑 협업 제품은 누적 판매수량 470만 개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협업했던 SPC 배스킨라빈스는 쿼터 제품을 구매하면 티니핑 크로스백을 5900원에 판매했는데, 당시 준비해뒀던 수만 개의 물량이 조기 소진되기도 했다. 티니핑 캐릭터 케이크를 파는 뚜레쥬르도 품절 직전 상황이었다.
지난 6월 티니핑과 협업해 굿즈와 음료를 선보였던 이디야커피도 마찬가지다. 굿즈 제품은 랜덤 피규어 마그넷, 스낵 접시, DIY 키즈 우산 등이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한정 수량으로 굿즈가 만들어져 정확한 판매량 공개는 어렵지만, 출시 직후부터 매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면서 대부분 매장에서 완판됐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티니핑 열풍이 한동안 계속될 거라고 전망한다. 티니핑 열풍은 시즌4까지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정도로 팬덤이 두껍다. 5세 여아 기준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다. 여기에 지난달 7일 개봉한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은 흥행하면서 이미 손익분기점 50만 명을 훌쩍 넘은 상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티니핑 팬덤은 나이를 불문하고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편이다. 마치 ‘아기상어’ 시리즈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지금과 같은 인기가 계속된다면 협업 제품들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전미영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티니핑 특유의 세계관 확장이나 귀여운 캐릭터 특성이 모두에게 인기를 끌면서 협업 제품의 매출과 브랜드 인지도에도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주고 있다”며 “특히 이는 국산 캐릭터로 한국 콘텐츠의 저력과 연계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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