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엇갈린 평가…“연금 삭감으로 빈곤심화 VS 해볼 만한 해법”
정부가 4일 발표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두고 연금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이후 21년 만에 나온 정부 단일안을 환영하면서도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과 자동조정장치 등 핵심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 연금개혁안의 핵심은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3%로, 40%로 줄어드는 소득대체율을 42%로 올리는 모수개혁과 자동조정(안정화)장치 도입을 통한 재정 안정화다. 여기에 세대별로 보험료율 인상을 차등화해 청년 세대의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2% “대체로 합리적”
전문가들은 ‘13·42’ 모수개혁에 대해서는 대체로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숫자에서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며 “13%는 수용 가능한 보험료율 수준에서 정한 것이고 (소득대체율)42%는 기존 합의로 40%로 줄이고 있는 중에 42%로 (역행해서)소득대체율 인상에 절묘한 해법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13(보험료율)-42(소득대체율)는 재정안정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며 “기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한 40%를 뒤집은 것인데, 정부는 관리 책임자로서 42%까지만 가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동조정장치, 연금급여 큰 폭으로 깎을 것”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대하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왔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자동조정장치는 부족한 재정을 안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단 도입 자체가 의미가 있다”며 “다만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는 특성을 고려해 도입시기를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24개 나라가 도입한 만큼 재정 안정화에 기여할 검증된 제도라는 견해도 나왔다.
반면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연명 중앙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자동조정장치의 본질은 장기적으로 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데 있다”며 “가뜩이나 낮은 연금액이 더 깎이고 결과적으로 미래세대의 부담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2030년부터 60년대까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돼 연금 수급자도 크게 늘어날 텐데, 이런 변화를 연금에 적용한다는 것은 결국 받는 연금급여를 큰 폭으로 떨어뜨리겠다는 얘기”라며 “(소득대체율)42% 보장한다고 하는데 이미 낮은 수준의 연금을 더 깎는다면 노인 빈곤문제는 더 심각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보완책 필요”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를 두고도 전문가 평가가 나뉘었다.
석 교수는 “청년 세대가 갖고 있는 연금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서 연금 수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여건하에 있는 청년 세대의 특수성을 반영한 독특한 해법”이라고 했다.
이에 맞서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이용하 전 국민연금연구원장은 “실제 보험료 납부하는 20대는 30%, 30대가 40% 수준인데다 납부 유예도 60% 가까이 된다”며 “소수 대상을 타깃으로 보험료율을 낮춰봐야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연금은 소득있는 사람이 능력에 따라 기여하고 은퇴 이후 보장받는 시스템”이라며 “여기에 세대를 집어 넣는다면 기본 작동 체계가 깨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세대별 보험료율 인상 차등화를 긍정 평가하는 전문가도 보험료율 인상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오 위원장은 “연령대별 보험료율 차등화는 청년 세대에게 차별적인 불공정 제도를 개선한다는 의미가 있다” 면서도 “지역 가입자와 중장년 자영업자, 가입 이력이 짧은 경력단절 대상자 등에 대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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