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뜰히 키운 벼 800㎏, 트랙터로 짓밟는 심경…“쌀값 안정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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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군수리 정영채(65)씨 논.
정씨가 40㎏들이 벼 20포대가 족히 나오는 이 논을 갈아엎은 것은 쌀값 폭락 때문이다.
최종락 부여군 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은 "정부는 논을 갈아엎는 농민의 심경을 헤아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말한 80㎏ 한 포대 쌀값 20만원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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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만원 80㎏ 한 가마, 18% 떨어진 17만원대
논 갈아엎으며 “떨어진 쌀값 대책 발표하라”
“5월말 모내기하고 아침저녁으로 물꼬 살피며 키운 벼여유. 오죽하면 농부가 논에다 이 짓을 하것슈?”
4일 오전 충남 부여군 부여읍 군수리 정영채(65)씨 논. 트랙터 두대가 탐스럽게 영글어가는 벼들을 짓밟았다. 그의 옥답은 불과 30분 만에 진창으로 변했다.
정씨가 40㎏들이 벼 20포대가 족히 나오는 이 논을 갈아엎은 것은 쌀값 폭락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쌀값 20만원 수준 유지’를 약속했으나, 산지 쌀값은 지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쌀 수확철에 최고 21만원 선을 유지했던 80㎏ 한 가마는 현재 17만7천원으로 18%나 하락했다.
떨어지는 쌀값에 농민들은 부여 뿐 아니라, 경남, 전남·북, 강원 등에서 논 갈아엎기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5일엔 논산·당진·보령·서천·아산·예산·천안, 6일 공주에서 논 갈아엎기 릴레이 시위를 한다. 최종락 부여군 농업인단체협의회 회장은 “정부는 논을 갈아엎는 농민의 심경을 헤아려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며 말한 80㎏ 한 포대 쌀값 20만원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했다.
쌀값 하락 원인은 쌀 소비량 감소와 쌀 수입이 꼽힌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56.4㎏으로,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었다. 또 매년 쌀 40만8700톤이 수입된다.
지난달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올해 쌀 45만톤을 사들이기로 했으나, 실제 신곡이 비축되는 양은 이보다 적은 36만톤으로 예상된다. 이에 농민들은 추가 쌀값 폭락이 불보듯 뻔하다고 주장한다. 부여군 농민 200여명은 이날 오전 부여군청 앞에서 쌀값보장 농민 대회를 열어 “현재 남는 쌀 20만톤을 격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쌀까지 더하면 80㎏ 한 가마당 20만원은 고사하고 16만원도 안할 것이라는 예측 나온다”며 “정부는 햅쌀 출하 전에 쌀값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농민들은 열심히 노력해 농사 잘 지으면 정부로부터 ‘왜 수확을 많이 하느냐’고 혼나는 꼴이라고 하소연했다. 김용학(75·구룡면 용당리)씨는 “쌀 농사가 농촌의 뿌리인데 정부는 대체작물 재배를 권한다. 수입쌀 40만톤이면 경기도민의 1년 식량이라는데 이것만 사료용으로 전환하거나 곡식이 부족한 외국에 지원하면 쌀 남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임천면 살림영농조합법인 청년농부들은 쌀값은 떨어지고 농기계 구입비용, 인건비, 농약대 등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다고 농사짓는 어려움을 밝혔다. 이 영농법인 이정환(28)씨는 “해마다 반복하는 쌀값 문제를 보면 농촌에서 농업을 지키며 살고 싶은 소신이 흔들린다. 정부는 수입쌀을 가공용 등으로 전환하고 국산 쌀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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