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받기 싫어 국회 불참한 윤 대통령은 “사랑합니다”에 기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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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도중 야당 의석에서 비아냥거리는 말이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조롱·야유를 듣게 할 수 없어'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는 윤 대통령은 이튿날인 지난 3일 비공개로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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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조롱에도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회 나와
“뭐야?”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 도중 야당 의석에서 비아냥거리는 말이 터져 나왔다. 일부 의원은 기자들이 있는 2층 방청석까지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웃었다. 2004년 6월7일, 노무현 대통령의 17대 국회 개원 연설 모습이다.
그해 3월 한나라당(현 국민의힘)과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주도해 통과시켰다. 탄핵 역풍으로 야당은 4·15 총선에서 참패했고, 헌법재판소는 5월14일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개원한 17대 국회는 냉랭했다.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노 대통령이 입장할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일부는 웃고 떠들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노골적 무시와 조롱을 감내하며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섰다. 한나라당 의원 일부는 아예 몸을 돌려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퇴장할 때도 이런 모습은 반복됐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는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4일 오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2년 만에 열린 전 직원 조회였다고 한다. 정 실장은 “극단적인 여소야대 상황이고 난관이 지속되고 있다. 탄핵, 특검, 청문회 남발 등 헌정사상 경험하지 못한 정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언급한 뒤 “대통령 보고 국회 와서 망신 좀 당하라고 하고 있는데, 대통령께 개원식에 가시라고 말씀을 못 드렸다. 국회가 이성을 되찾고 정상화되기 전에는 대통령께 국회에 가시라는 말씀을 드릴 자신이 없다”고 했다. 정 실장은 5선 국회의원으로 21대 국회에서 국회부의장을 맡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으로는 처음이었다. ‘협량함을 드러냈다’ ‘그래도 가야 한다고 말하는 참모 한 명 없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러자 정진석 실장이 조롱·야유·탄핵 등이 거론되는 국회 개원식 불참은 정당했다고 총대를 메고 나선 것이다.
정 실장의 ‘충정’과 달리 역대 대통령들은 야당과의 극한 갈등 상황에서도 국회 개원식에 빠지지 않았다. 이는 5선의 정 실장이 누구보다 잘 아는 사실이다. 2020년 7월16일, 문재인 대통령의 21대 국회 개원연설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코로나19 시기 치러진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 상임위원회장 배분 등을 두고 정부·여당에 대한 항의 표시로 ‘민주당 갑질, 민주주의 붕괴’라고 적힌 규탄 리본을 착용한 채 연설을 들었다. 마스크는 검은색으로 통일했다. 문 대통령이 ‘협치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가능하다’고 말하자 한 미래통합당 의원은 “협치합시다, 협치”라고 외쳤고, 일부는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조롱·야유를 듣게 할 수 없어’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는 윤 대통령은 이튿날인 지난 3일 비공개로 서울 도봉구 농협 하나로마트 창동점을 방문했다. 대통령실은 정혜전 대변인을 통해 서면 브리핑을 했다.
“대통령이 마트에 도착하자,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과 직원들은 ‘대통령님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라며 박수로 환영했습니다. 대통령은 카트를 가지고 와 시민들과 함께 장을 봤습니다…판매대를 지날 때마다 시민들은 ‘대통령님 건강하세요’라며 악수를 청했고, 셀카를 함께 찍자는 고객들을 위해 수시로 발걸음을 멈추고 흔쾌히 촬영에 응했습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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