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사법부-행정부 갈등…기업들 ‘킬러 인수’ 관행 심사 논란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2024. 9. 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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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의 '킬러 인수' 심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킬러 인수란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의 혁신을 막기 위해 아예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킬러 인수를 우려해 규정 22조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기업결합 심사를 벌여온 집행위의 조사 권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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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일루미나의 그레일 인수 과징금 부당”
유럽사법재판소, 집행위 조사 관행에 제동
큰 기업이 작은기업 혁신을 인수하는 사례
감독당국 차원에서 규제해도 되나 논란 일들
집행위, 다른 방식의 감시 방안 찾아야 할 판
유럽연합(EU). [사진=로이터연합]
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가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의 ‘킬러 인수’ 심사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킬러 인수란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의 혁신을 막기 위해 아예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3일(현지시간) ECJ 재판부는 이날 미국 유전자 분석업체 ‘일루미나’가 자사의 기업결합에 대한 EU 집행위의 조사가 부당하다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일루미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집행위는 회원국 당국이 국내법에 따라 기업결합을 검토할 권한이 없는 경우 회원국들에 조사요청을 권하거나 조사를 수락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집행위의 월권행위였다는 지적이다.

앞서 집행위는 2020년 9월 일루미나가 71억달러(약 9조5000억원)을 들여 미국 암 진단검사 개발업체 ‘그레일’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발표하자 제동을 걸었다.

당시 일루미나는 인수 거래가 기업결합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 매출액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집행위에 별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행위는 EU 기업결합 규정 22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토대로 회원국들에 “원하는 경우 조사 요청서를 내라”고 안내했다. 이에 프랑스 등 6개국이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했고, 조사에 착수했다.

논란의 규정 22조는 기업결합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매출액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회원국 사이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공정경쟁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우려될 때 회원국들은 집행위에 심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1년 8월, 일루미나가 합병 절차를 완료하자 집행위는 승인 전 기업결합 이행 금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4억3200만 유로(약 6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일루미나는 이때 집행위를 제소했다.

이번 판결로 일루미나는 과징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일루미나는 EU 집행위와 미국 경쟁당국의 압박에 따라 지난 6월 결국 그레일을 분사시켰다.

미국 연방법원은 지난해 4월 ‘일루미나의 인수는 암 진단 시장에서의 경쟁을 저해한다’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주장을 인용해 그레일 인수 승인 허가 결정을 번복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킬러 인수를 우려해 규정 22조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기업결합 심사를 벌여온 집행위의 조사 권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집행위는 반발했다. 이날 성명을 내고 “EU 기업결합 신고 기준을 충족하지 않지만 유럽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결합 거래를 검토할 수 있도록 다음 단계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판결은 최종심이기 때문에, 집행위가 판결에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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