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낌 없는 ‘차별적 행정’ [한채윤의 비 온 뒤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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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관계자는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는 남성과 여성 간의 평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맞고, 시 보조금 사업으로 하는 행사에선 피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장 표명을 했다.
사실 '딸에 대하여'의 주인공은 이성애자인 엄마다.
대전시는 양성평등을 남자와 여자 간의 평등이라고 했는데 영화는 이 정의에도 부합한다.
동일한 상황인데도 아들인지 딸인지 성별에 따라 차별이 일어났으니 이야말로 양성평등에 딱 어울리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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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채윤 |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지난 8월30일, 대전광역시는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열리는 대전여성영화제의 상영작 중 ‘딸에 대하여’가 성소수자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상영 철회를 요구했다. 영화제 개최 일주일을 앞두고, 그것도 폐막작으로 초청되어 감독과의 대화 시간까지 마련된 프로그램을 갑자기 엎으라고 한 것이다. 작년에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인천여성영화제의 상영작 중 한 편이 동성애를 다루고 있다며 작품 교체를 하지 않을 시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겠다고 인천시가 압력을 넣은 것이다. 이 사건은 올 7월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차별적인 행정’이니 시정하라는 결정문이 나왔다. 이걸 모를 리 없는데도 대전시는 보란 듯이 똑같은 차별을 저질렀다.
대전시 관계자는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는 남성과 여성 간의 평등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 것이 맞고, 시 보조금 사업으로 하는 행사에선 피해줬으면 좋겠다”고 입장 표명을 했다. 사실 ‘딸에 대하여’의 주인공은 이성애자인 엄마다. 2017년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혜진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동성애를 다룬다기보다는 이성애자 중년여성의 복잡다단한 삶을 다루는 작품이다. 어느 날 딸이 레즈비언인 걸 알게 된, 자신이 낳은 딸에게서 낯선 괴리감을 느끼게 된 이성애자 엄마는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할까? 이건 모든 이성애자들이 막연히 가진 고민이기도 하지 않는가. 내 주변에 동성애자가 있으면 어떡하지와 같은 두려움 말이다. 이성애자 시민들을 위한 영화인데 동성애 혐오 때문에 상영을 막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대전시는 양성평등을 남자와 여자 간의 평등이라고 했는데 영화는 이 정의에도 부합한다. 한번 상상해보자. 만약 주인공의 아들이 사랑하는 여성을 데려왔다면 괜찮았을 것이다. 그런데 딸이 사랑하는 여성을 데려오면서 갈등이 생겼다. 동일한 상황인데도 아들인지 딸인지 성별에 따라 차별이 일어났으니 이야말로 양성평등에 딱 어울리지 않는가. 또, 보조금 지급을 받는 행사임을 강조한 건 세금을 함부로 쓰지 않겠다는 명분이다. 이상하다. 세금을 거둘 때 동성애자인지를 묻지 않는다. 성적 지향과 상관없이 거두면서도 세금을 쓸 때는 이렇게나 차별한다. 동성애자 시민도 세금을 낸다는 사실은 지워버리고.
기가 찬 걸로는 대구도 만만치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5월에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행정대집행의 사유가 없음에도 집회 개최를 저지했으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받았지만, 아랑곳없이 올해 9월28일에 열릴 대구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하겠다고 또다시 공표했다. 참으로 혐오와 차별이 눈치 보지 않고 득세하는 시대가 되었다. 동성애 절대 반대를 외친 이들이 대통령의 인정을 받아 장관이 되고, 국가인권위원장이 되는 걸 지켜보고 있다.
누군가 물었다. 새벽이 과연 오긴 할까요. 모르겠다. 아침도, 낮도 경험한 적이 없이 쭉 어둠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덕에 어둠 속에서 밝게 사는 요령은 익힌 듯하다. 메모해두자. 대전여성영화제 개최를 위한 모금은 9월7일까지 진행된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9월4일에 전국 극장 개봉을 한다. 9월 한달 동안 성소수자 인권 지지자를 위한 ‘앨라이 도서전’이 열린다. 여기에 제목을 붙인다면 ‘응원에 대하여’라고 하고 싶다. 어둠 속에서 지친 이들끼리, 보이지 않는 이들끼리 그래도 서로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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