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영상 삭제하고 사과도 했지만...“텔레그램 책임져야” 목소리 커져
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텔레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를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지웠다. 유해·불법 콘텐츠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소통 창구도 열었다.
방심위는 “텔레그램이 지난 1일 긴급 삭제를 요청한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25건을 삭제하고 사과의 뜻과 함께 신뢰관계 구축 의사를 밝혀 왔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딥페이크 성착취물 문제를 해결함은 물론이고 디지털 성범죄의 궁극적 퇴출을 위한 공고한 협력관계를 다져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은 이메일 서한을 통해 “최근 한국이 텔레그램에서 불법 콘텐츠를 다루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현재와 같은 상황 전개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신고 대상 콘텐츠의 삭제 여부를 즉각 확인할 수 있는 소통 전용 이메일 주소를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그램이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국제사회에서는 텔레그램의 서비스 관리 소홀과 불통이 범죄를 유발했다고 지적한다. 프랑스는 지난달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를 체포했다. 그리고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이용자 일탈 행위에 대해 플랫폼 소유주 및 경영진에게도 책임을 물은 것이다.
텔레그램은 참여자 1000명을 모은 대화방 개설자에게 수익을 지급하고 있다. 광고수익이 발생하면 텔레그램과 개설자가 절반씩 나눠 갖는 구조다. 사실상 텔레그램도 딥페이크 사태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텔레그램은 보안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세계 각국의 협조 요청을 거절해 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청이 텔레그램에 수사 협조 요청을 보낸 뒤 답신을 받은 경우는 없었다. 우종수 경찰청 국사수사본부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텔레그램이 수사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주려고 하지 않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였다.
이를 위해서는 자율 규제가 아니라 법적 근거를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당사자 동의를 얻지 않은 딥페이크 영상의 제작, 판매, 유포, 이용을 폭넓게 처벌하는 포괄적 딥페이크 방지 및 처벌법을 발의했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한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형법에서 흉기를 이용한 폭행을 특수폭행으로 분류해 더 무겁게 처벌하듯이 디지털 성범죄에 있어서 흉기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중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딥페이크 성범죄의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플랫폼 책임 강화를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딥페이크 성범죄 영상물의 유통금지, 인공지능(AI)을 통해 제작된 영상물에 전자 표식 의무화, 불법 영상물에 대한 정보통신사업자의 삭제 의무 부과 등을 추가하는 동시에 가해자 처벌 강화를 추진한다.
복수의 사이버정보보안 전문가들은 “정부기관에서 플랫폼 기업들에게 지워 달라고 요구했지만 삭제되지 않은 딥페이크물이 어마어마하다”며 “이 같은 사태를 야기한 텔레그램·유튜브·엑스 등 외국계 플랫폼들이 콘텐츠 문제는 제작자 책임이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데, 그럴 수 없도록 강력한 규제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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