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엔 속기사도 없고…” 장애 대학생 지원센터 기껏 지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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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대학은 정규직 전문 속기사만 10명이 훨씬 넘는대요. 학교마다 장애 학생 지원이 천차만별이에요."
청각장애를 가진 김씨가 수업을 따라가려면 속기 지원이 필요한데, 옆 대학과 달리 중앙대엔 정규직 속기사가 없어 매 학기 2~3주 동안은 속기사가 구해지길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른데, 대학 지원센터마다 이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고 전문성이 떨어져 지원 편차가 크다는 게 학생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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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엔 장애 경력 없는 직원이 지원센터로
“옆 대학은 정규직 전문 속기사만 10명이 훨씬 넘는대요. 학교마다 장애 학생 지원이 천차만별이에요.”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인 김선진(24)씨는 “학기 초 2∼3주 동안은 항상 너무 우울하다”고 말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김씨가 수업을 따라가려면 속기 지원이 필요한데, 옆 대학과 달리 중앙대엔 정규직 속기사가 없어 매 학기 2~3주 동안은 속기사가 구해지길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학교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지만, 센터직원이 너무 많은 업무를 맡고 있어 장애 지원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고 했다.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면 비장애인 학생을 상담하느라 자리를 비우고 계세요.” 김씨는 대학마다 제각각인 장애학생 지원 체계를 맞추기 위해 이를 관리하는 기관이 필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사실 김씨가 원하는 ‘전문 통합 관리기관’은 올해 1월 설립을 마친 상태다. 2022년 개정된 특수교육법에 따라 교육부가 설립한 ‘장애인 고등교육지원센터(고등교육센터)’가 바로 그런 곳이다. 장애인 대학생 통합 지원 매뉴얼 개발,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 환경 개선 및 인력 지원, 장애 특성 맞춤형 진로·취업 지원 등을 맡고 있다.
관련 기관이 생겼음에도 김씨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난해 세워졌어야 할 고등교육센터 설립이 1년 늦어진 데다, 아직 직원 모집도 다 마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장애인 대학생들은 “고등교육센터 설립을 기다려왔는데 (정상 운영이) 계속 늦어져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인 대학생들이 고등교육센터 설립을 기다려온 이유는 ‘통합 교육 지원 가이드라인’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장애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른데, 대학 지원센터마다 이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고 전문성이 떨어져 지원 편차가 크다는 게 학생들의 이야기다. 일부 대학은 센터 직원 1명이 20명 넘는 장애 학생을 담당하고, 그마저도 1년 단기 계약직이거나 다른 교내 업무를 겸직하는 경우가 허다해 제대로 된 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다.
2년 전 성균관대에 입학 뒤 이미 두어번 담당 직원이 바뀌었다는 중증 청각장애인 이아무개(21)씨는 “장애 유형별로도, 같은 장애 안에서도 지원받아야 할 것들이 많이 다른데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필요한 지원을 매번 일일이 설명해야 한다. 직원이 바뀌면 단순 불편을 넘어 지원 체계 자체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건국대에 다니는 뇌병변장애인 조재호(24)씨는 “지난해 센터에 새로 온 직원이 장애 관련 경력이 없었다. 민원이나 개선사항 요청을 할 때마다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법 개정 뒤 지난해 세워졌어야 할 고등교육센터는 예산 문제로 1년 뒤인 올해 1월에야 세워졌고, 최소 7명을 목표로 했던 직원 채용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했다. 교육부 고등교육센터 담당자는 “인력 충원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통합 지원 가이드라인의 부재와 그에 따른 대학별 지원센터의 역량 차이, 전문성 하락 등의 문제에 저희도 공감하고 있다. 앞으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 통합 가이드라인과 플랫폼을 개발하고, 교내 지원센터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사업 등을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취재 도움: 이수안 교육연수생)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이수안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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