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전 인권위원장 “안창호 발언 기가 막히고 절망스러워…자격 미달”

고경태 기자 2024. 9. 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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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뒤 전직 인권위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1세기에 차별금지법을 공산주의 혁명으로 몰아가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유엔 인권협약을 받아들일 생각 없이 '권고는 권고일 뿐'이라는 사람이 인권위원장을 하려고 한다"며 "(청문회) 발언 때의 표정을 봤는데 전혀 거리낌 없고 당당하더라. 기가 막히고 절망스러웠다. 안 후보자는 자격 미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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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 전 상임위원 “인권위, 가을부터 가장 어려운 상황 될 것”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2019년 10월25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뒤 전직 인권위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소수자 혐오와 차별을 당연시하는 그가 인권위원장에 취임하면 인권위가 역주행, 퇴행의 길을 걷게 될 거라는 걱정이다.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1세기에 차별금지법을 공산주의 혁명으로 몰아가고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을 일삼으며 유엔 인권협약을 받아들일 생각 없이 ‘권고는 권고일 뿐’이라는 사람이 인권위원장을 하려고 한다”며 “(청문회) 발언 때의 표정을 봤는데 전혀 거리낌 없고 당당하더라. 기가 막히고 절망스러웠다. 안 후보자는 자격 미달”이라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인권위에선 위원장이 가지고 있는 철학과 규범과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은 물론 여성의 옷차림을 성범죄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는 등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사회가 그동안 극복하느라 애썼던 사회적 기준들을 모두 후퇴시킬 것 같다”고 했다.

최 전 위원장은 1999년부터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실현을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낸 데 이어 초대 사무총장(2002~2004)과 상임위원(2004~2007), 8대 위원장(2018~2021)을 역임한 인권위의 산 역사다. 위원장 재임 땐 국회에 차별금지법 제정 의견표명을 하기도 했다.

최 전 위원장은 “청문회를 보고 내부 직원들이 얼마나 절망하고 탄식했을지 걱정된다”며 “그래도 남은 희망은 사무처 직원들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중심을 잡아 흐트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직신학으로 석사를 딴 최 전 위원장은 성경 전도서의 구절을 인용하며 인권위에서 오랫동안 공들여 쌓아온 탑이 허물어질 수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이런 구절이 나오잖아요. ‘헛되고 헛되도다, 모든 것이 헛되도다. 네가 평화도 가져왔고 부를 축적해도 다 헛되다. 네 뒤에 올 사람이 우매자인지 지혜자인지 너는 전혀 관여할 수 없다.’ 우매자를 만나면 모든 게 한순간에 지워져 버릴 수 있다는 거죠.”

박찬운 군인권보호관(가운데)이 2020년 7월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초대 군인권보호관과 상임위원(2020~2023)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차별금지법 문제라든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그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21세기 인권하고는 너무 차이가 나는데, 이분의 인권관이 업무로 조금이라도 표출되면 인권위의 존재 의의가 과연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인권위의 상당수 업무가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 관련된 일인데 소수자 차별 문제에서 인권위의 기존 입장과 거리가 있는 쪽으로 의결이 이뤄지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매우 보수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가을 이후 인권위 운영이 역대 가장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위원장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위원장이 ‘나 그런데 별로 관심 없다”고 하면 누가 움직이겠나.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이거 해야 한다, 저거 해야 한다’ 제안해도 위원장이 앞장서지 않는 이상은 인권위가 어떤 의지를 갖고 추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안 후보자의 종교관이 인권위원장 직책에는 매우 부적절하다. 인권의 긴 역사를 보면 종교와의 싸움 아니었나. 정교분리 원칙이 위반될 소지가 상당히 있다”고 우려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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