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온 나라 뒤흔들고서야…정치권 ‘뒷북 법안’ 우르르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로 인한 파문이 커지면서 국회에 관련 법안이 우후죽순 발의되고 있다. 대부분 디지털 성범죄 처벌 범위를 확대하고 지원 기관을 넓히는 내용이다.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하라는 여론에 정치권이 반응한 결과이다. 하지만 속내를 뜯어보면 지난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되거나 발의됐던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뒷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번엔 근본적인 대책이 반드시 이행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딥페이크 성착취물 관련 보도가 언론을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난달 말부터 국회에 발의된 관련 개정법률안은 29여건에 달했다. 관련 범죄 행위에 대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 피해영상물 등이 유통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 등이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을 정하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개정안 발의가 집중됐다. 현행법상 유포 등을 목적으로 합성물을 편집·합성·가공한 자만 처벌하는 기존 법안에서 소지·구입·저장·시청까지 처벌 대상을 확대하는 안이 14건이었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정해 허용된 위장 수사를 성인 대상 범죄까지 확대하는 법안도 나왔다. 수사기관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요청하기 전 선제적으로 피해영상물 삭제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법안, 피해영상물 재유포를 통한 수익 취득을 막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로 벌어들인 수익을 몰수하는 방안 등도 제안됐다.
피해자 보호에 관한 내용도 많았다. 딥페이크 피해자의 피해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 설치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고, 지방자치단체도 삭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 법률에 디성센터 업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삭제 요청 시 해외 플랫폼의 공조를 끌어내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대안이다. 텔레그램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딥페이크 등 불법 합성물에 대해 즉각 조치하게 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도 발의가 잇따랐다.
이런 법안들은 대부분 지난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의 내용과 겹친다. 지난 국회에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법안이 30여건 가까이 발의됐으나 대부분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불법 허위영상물을 소지·구입·저장·시청한 경우도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은 2021년 두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제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디성센터 설치 근거를 마련하는 법안도 지난 5월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수사기관이 적극 개입해 삭제 차단 요청 등 응급조치 도입’ 등은 2022년 해산된 법무부 디지털성범죄대응TF의 권고안 일부에서 이미 언급된 내용이었다. 이는 ‘N번방 사건’를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에 관한 우려와 경고가 높았고 대책에 대한 논의도 무성하기 했지만 제도적 정비를 제때 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실효성 있는 감시와 제재, 예방을 위해 국회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N번방 사태 이후 나온 대책들이 대부분 입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현재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처벌 대상이 되는 영상물이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조건을 담지 못하면 실효성이 있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대한 대응을 전담하는 기구를 만드는 등의 더 포괄적인 입법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9041347001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40902060014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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